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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Oct 25. 2015

23. 이상을 뛰어 넘는 현실

아무도 현실을 단정할 수 없다. 자기 자신 이외에는. 그리고 그 너머.

'이상'은 사실 그것을 하나의 지향점으로 해서 현실을 더욱 잘 해나가기 위한 도구일 수 있는데, 그걸 '절대화' 하면서 종교적 근본주의 비슷하게 되는 관성이 우리 인간들에게 있다. 


그게 꼭  나쁘다기보다는(이상은 당연히 아주 잘 활용하면 된다), 이상이 '현실'을 무시하거나 파괴하거나 오히려 더 고통스럽게 만들 때 문제가 되겠다. 말하자면 애초에 그 이상도 현실을 위해서 설정되고, 만들어지고, 지향되는 것인데 그게 거꾸로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이상도 그런 '가짜 현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천박하고 가볍거나 비겁한 현실영합주의나 현실핑계론, 현실변명론 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상으로 만들어진 싸구려 '가짜' 현실 말고, 살아 있고 생생한 '진짜'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진짜 현실은 아무런 제한이 없다. 결코 한정되지 않는다. 자기와 타인의 한정에 쉽게 말려 들지 않고 또한 스스로 제한, 한정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남들이 현실을  제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아무도 현실을 단정할 수 없다. 

우리 자신 이외에는.


그리고 아무 걸릴 것 없이 확트인 진짜 현실은

심지어 그 나의 제한과 한정, 설정마저도 넘어서 존재한다. 




당연히 이상을 품지 말라거나 설정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이상은 좋은 도구이다. 우리는 자칫 현실을 상당히 제한하여 스스로 정한 혹은 타인과 세상이 정한 좁디좁은 무엇을 현실이라고 믿어 버릴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의 제한은 개인적으로도 존재하고 집단적으로도 존재한다. 


이상은, 이러한 '제한된 현실' 즉 가짜 현실을  눈치채고 그 설정된 한계에 속지 않고 우리가 능동적으로 그 경계를 넓혀 가는 프로세스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넓고, 확장되고, 정확하고, 정밀하고, 지혜롭고, 다수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 그곳을 향해 가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선후 관계와 중요도 관계  즉 현실을 더욱 완성하고 아름답고 즐기기 위해 만든 이상을 마치 그것이 현실 위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현실과  관계없는 것처럼 착각하여, 어느 순간 이 선후 관계와 중요도 관계를 뒤집어 생각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인간과 집단을 좀 더 행복하게 하고자 만들어낸 사상과 신념 그리고 윤리와 종교 등이 어느 순간 본래 목표이고 바탕이었던 '인간'과 '인간의 행복'을 해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경우들이다. 이러한 오류를 누가 저지르는가? 바로 우리 인간 자신이다. 


사실 이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이자 가장 큰 인간적 역설이기도 하다. 모순, 딜레마이다. 




그러므로 이 모순을 넘어서고 더 이상 이런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알아채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현실'은 그 어떤 고상한 '이상'보다도 더 크고 거대하다는 것이다. 이상은 오히려 그 현실을 위한 도구이다.


둘째, 우리가 무심결에 받아들이는 현실은 진짜 현실이 아니라 제한되고 설정된 가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 챈다. 그리고 우리는 능동적으로 우리들의 진짜 현실을 만들어 간다.  


우리는 나 자신과 타인들과 세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 가짜 현실들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거부하고, 넘어선다. 가짜 현실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가짜 현실 역할을 하는 잘못된 이상 마저도. 


그리고 주입되고 강요된 가짜 현실을 능동적으로 부수고, 깨뜨리고, 바꾸고, 고친다. 또한 현실을 위한 도구인 이상에 매몰되거나, 이상을 좇느라 현실에 살지 못하거나, 현실보다 이상을 더 우선 시 하거나, 이상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타에 의해 설정된 이 한계와 모순과 제한과 불합리와 부조리들을 혁파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우리들의 진짜 현실을 만들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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