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먹이는 것이 곧 내가 먹는 것임을
사람이 다른 사람을 먹이고,
또 다른 존재를 먹이며 기꺼워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먹이는 것이 곧 내가 먹는 것임을
실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이가 배부를 때 나도 배부르고
냥이와 개와 새들이 배부를 때
나도 배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배부를 때
내가 배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만 배불러야
진짜 배부른 줄 느끼는 경우들도 있다.
이 경우도 '확장'은 가능하다.
즉 내 육체만이 아니라,
내 가족이, 내 공동체가,
내 세력들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다만, 이 경우엔 그 '나'의 범위가 항시 좁게 정해져 있다.
그 범위를 벗어난 건 '나'가 아니다.
그래서 그 범위를 벗어난 이들이 배부를 때는
'나'는 오히려 배가 고파지는 듯 느껴지고
그들의 배고픔을 보면서
'나'는 그 허기를 함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무엇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하나의 '착각'이다.
인류가,
어쩌면 있을 이번 문명의 시한부를
넘어설 수 있는 여부는
실제가 아닌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좁은 이 '나의 범위' 설정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볼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능력의 습득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의 확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