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 고민해온 것들의 '대답'이 되었던 동료분과의 대화 1
스타트업을 첫 커리어로 시작하고 일한 지 벌써 2년 반이 되었다.
다행히 좋은 로켓에 올라탄 덕분에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음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항상 마음속 어디에선가 이유를 알 수 없던 불안함이 있었는데
회사 동료분과 대화를 하며 나의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스스로도 정의할 수 없던 불안감도, 그 해결방법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지도
내 인생에서 만난, 커리어에 관한 가장 좋은 대화였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공유하고 싶어 동료분과의 대화를 이곳에 정리해보았다.
<1. "커리어"에 관한 모든 질문과 대답들>
<2.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커리어 조언>
이렇게 2개의 글로 나누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글은 정말 모든 나의 친구들, 사회생활 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타트업이라는 특정 상황에 적용된 커리어 조언은, 두 번째 글에 정리해두었다.
솔직히 말하면 '커리어'에 관한 조언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살아온 경험, 가치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만 유일하게 도움이 될 때는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설정한 뒤 그 커리어를 밟고 있는 사람에게 방법을 물어보는 것
ex) 변호사가 되고 싶을 때 로스쿨 진학하는 방법에 관해 조언 얻을 수 있겠지
명확하게 되고픈 커리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어딜 가도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어딜 가도 도움이 되는 경험"이란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컨설턴트의 job description 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이기도 하다.
- 지금 마주하는 상황의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고
- 해결방법 중 가장 적합한 방식을 결정할 수 있고
- 이를 실행까지 진행하는 능력
특히 개발자/디자이너가 아닌 직무의 친구들과 함께 만나면 불안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업무가 개발자/디자이너와는 다르게 업무의 특성상 포트폴리오가 쌓이지 않아 불안하다고 많이들 생각하고 있더라.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영업의 경우 본인이 키운 매출, 계약건이 스스로의 포트폴리오이고
마케터의 경우 본인이 유입하거나 서비스를 쓰게 한 유저 수가 바로 본인의 포트폴리오이다.
비개발자의 경우 개발자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있는 것 같다.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부러움일수도 있다.
물론 지금 모든 업계에서는 항상 개발자가 부족하지만 모든 개발자가 잘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만이 채용된다는 것.
개발언어 또한 유행을 타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항상 새로운 개발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환경에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빛나는 모습만 보지 말 것.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되어 본인의 전문성이 쌓이지 않는 것 같다는 걱정을 한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스페셜리스트"에 가지는 환상이 많은데, "스페셜리스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광고 전문가"라는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10년 후에도 구글 광고를 쓰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들은 본인의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것이지 그 직군 자체가 의미 있는 '자격'은 아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분야에서 학원이나 학습으로 '자격'을 얻는 것이 취업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qualified 한 직업(변호사, 의사 등등) + 일부 학문이 바탕되어야 하는 직업들(데이터 전문가, 공학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등) 외에는 스페셜리스트란 없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나 의사도 AI가 이렇게 발전하는 시대에 얼마나 개런티 되는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니까.
소위 말하는 '전문성' 혹은 '일관된 커리어'는 공채시대에 적합한 방식과 생각이다.
이전에는 회사들이 모든 면접자의 개별 양상을 일일이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screening을 서류로만 진행해왔다. 그렇기에 "보기에 예쁘고 일관되어 보이는 커리어"가 유의미했을 것이다.
"공채"란 시스템은 10명 뽑아 5명 나갈 것을 전제로 하는 '성의 없는' 방식이다. 물론 거대 기업 차원에서는 가장 쉬운 방식이기도 하고.
상식상으로 1년에 정기적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그것도 함께 일할 사람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뽑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는 기업들이 이런 여유가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뽑고, 교육시키는 것도 모두 다 리소스이니까.
과연 구글이 공채를 진행하는가? 아니다. 그 어떤 한국의 대기업보다 많은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지만 개별적으로, 5번 이상의 면접을 통해 인재를 채용한다. 그만큼 인재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구글에 가장 적합한 fit을 가지고 똑똑한 사람들을 뽑는다.
컨설팅에서 사람을 뽑는 것도 비슷한 프로세스이다.
학부생들이 어떤 과를 나왔던 전혀 상관없이 이 사람의 추후 성장성과 똑똑함을 바탕으로 채용을 진행하니까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뽑기도 한다. '학부생'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
과연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어마 무시한' 선행지식을 요구할까?
PM은 원래 PM인가? VC는 원래 VC이고?
물론 각 직무당 배워야 할 지식들이 있지만, 처음부터 PM인 사람도 없고 VC인 사람도 없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들이 인정받고, 기업 내에서 자연스레 해당 직무의 사람을 구하면서 그런 커리어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선행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구인하는 입장에서는 참조 그 이상이 아니더라.
본인이 아는 어떤 분은 카카오 전략실 신입 ->카카오프렌즈 마케팅팀장 -> 플러스친구 PM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커리어 테크를 밟았다. (물론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분도 많다!)
커리어의 성장은 '태스크'의 관점이 아니라 '권한'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얼마나 큰 규모의 예산을 관리했는지, 얼마나 큰 규모의 팀을 리드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결정했는지.
흔히들 주니어들이 걱정하는 것은 "내가 네이버 출신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 회사에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는데
어디서 왔는지/어떤 직무였는지 보다 거기서 본인이 어떤 롤이었고, 어떤 퍼포먼스를 냈는지가 가장 중요하더라
최근 한 서비스의 마케터가 앱 100만 다운로드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런 성과를 보였다면 그 어떤 곳에서 마다할까?
경력직들은 이전에 내었던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주니어는 아직 업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태도'와 '앞으로의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진정 신경 쓴다면, 지금 있는 곳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관리할 것
전략실에서 '판돌이'인 신입보다 운영 head의 몸값이 더 비싸다.
흔히들 '전략'에 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운영 head는 전략에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다.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충분히 아웃풋을 내고 있으니까.
어디가 멋있어 보이는지보다 본인이 어떤 직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것. 어디던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충분히 본인의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은 단순 명쾌하다.
1) 내가 있던 회사가 성공하는 것
- 개인의 성장은 회사의 성장을 뛰어넘기 어렵다. 반대로 회사가 성장하면 그에 따라 개인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성공하는 회사'에서 일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 회사의 '성공방정식'이 본인이 가지는 스킬이 될 수 있으니
2) 내가 낸 성과는 어떠하였는지
- 얼마나 큰 매출 규모를 관리했고, 얼마나 많은 목표 추이를 달성했는지(앱 다운로드/콘텐츠로 유입) 등등
3) 관리자로서의 리더십과 자질
- 얼마나 많은 팀원을 잘 관리했는지. 채용했는지
주니어로서 스타트업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팀장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팀장에게 인정받으면 자연스레 대표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것.
모든 회사는 경력직들의 레퍼런스를 체크한다.
가장 최고의 이직 방법은,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나가는 것.
레퍼런스를 확인해주거나 추천을 해주는 사람이 팀장, 그리고 대표라면? 가장 좋은 시그널이겠지
이야기가 길어져 다음 글은 <2.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커리어 조언>에 따로 정리하도록 할게요. 대기업에 간 친구들과 선배들에게는 답변을 얻기 어려웠던 스타트업 뉴비인 저에게 정말 명쾌한 해답이 되었던 대화.
제가 동료분과 나눈 모든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의 오랜 불안에 대한 '대답'이 되었던 대화였기 때문에, 다른 분에게도 좋은 '대답'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쓰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