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읽고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걱정이 암시하는 세계관은 심란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니까.
혈액형이 RH- O형인 사람은 다른 모든 혈액형에게 제 피를 줄 수 있다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혈액형이 RH- O형인 사람을 <보편 공여자>라고 부르는 건 그 때문이다. (...) 아버지의 보편 공여자 이야기에서 자신의 피를 우리에게 생명수로 나눠준 예수를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때부터 이미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몸을 빚지고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