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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Sep 27. 2016

첫 번째 프로젝트 중단과 의미

나는 어떤 일을 사랑하고 좋아할까. 세상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어느 순간부터 제 자신에게 많이 던지게 된 질문입니다. 퇴사를 하며 시간이 많이 생겼고 약 세 달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막연하게 책읽는 것, 도서관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여유로운 몇 달을 보내며 이게 정말 좋았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하게 책이 있는 공간과 책을 읽는 사람을 연결하는 모바일 앱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창업을 지원하는 몇 개의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즉시 기획안을 작성해서 내봤습니다. 결과는 볼 것도 없이 줄줄이 탈락. 면접은커녕 서류 단계부터 계속 미끄러졌습니다. 1~2달 동안 세 번 연달아 이런 일을 겪으니 이전보단 객관적인 눈으로 제 생각을 의심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의 깨달음. 

'나 같아도 절대 뽑아주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해본 게 아무것도 없이 구상만 잔뜩 써놓았고, 지속 가능한 계획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냥 내가 가진 생각을 실험해 보고 싶단 의도 밖에는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사업계획서'인데 말이죠. 힘 빠지는 시간을 보내고 이건 좀 아닌 것 같으니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일을 생각해보자 라는 마음을 가졌는데.. 이상하게 뭐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잘 성장해서 조직형태로 발전해 지속 가능한 뭔가를 할 수 있든 아니든.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누구를 합류시켜 같이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해볼 수 있는 범위에서 몇 가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3가지를 동시에 시작해 봤습니다. 

1. 브런치에 구상하고 실행한 과정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는 것. 

2.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소수의 사람이라도 소통을 시작해 보는 것. 

3. 구글 지도를 활용해 '책 지도'를 만들어 보는 것. 책 지도의 내용은 전국에 있는 책모임, 도서관, 책이 있는 공간을 지도에 표시하고 정보를 담는 것입니다. 현재 책모임 9개, 공공도서관 410개, 책과 함께하는 공간 80개, 국립도서관 5개가 담겨 있습니다. https://goo.gl/57v0wf


책 지도를 만들며 유사 프로젝트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네서점'(https://goo.gl/nvNi9F)

 'Another Books' http://www.anotherbooks.kr/


또한 브런치에 올라온 '전국 도서관을 분석해보자' https://brunch.co.kr/@sunghyunlim/20 라는 글은 기술을 활용해 공개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위와 같은 프로젝트를 보며 내가 쓸데없는 걸 하려 했구나 라는 좌절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과정에서 배움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는 지긋지긋하기도 한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해야 할까?'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생각한 바를 더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세 번째는 책모임, 도서관, 북카페와 작은 서점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보고,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책과 책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습니다. 


현재 새롭게 해보고 싶은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계속 고민을 하는 것은 '운영하는 조직'이 없어도 구상하는 바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입니다. 이 의미가 뭔지에 대해서는 저도 더 구체적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현재의 추상적인 저의 생각을 말하면 지인들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얘길 해줍니다..^^;; 


잘 할 수 없는 부분은 새로 뭔가 만들기 보다 협업 형태로 이미 잘 하고 있는 분들과 많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보상이 적어질 수도 있고 완전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한 것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실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도움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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