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장 - 뜻밖의 배움

by 워타보이 phil

이번달부터 내년 1월 까지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고등교육연구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사회에 나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해보는 기분은 처음인 것 같다. 창업을 했을 때는 그곳이 내 자체라는 생각이었어서 소속감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기업에서 4년간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연속적인 연구 사업인데, 4개의 대학교가 참여하고 우리 연구소가 전체 운영을 맡고 있다. 각 학교 별로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그 안에 팀 프로젝트가 있다. 이번 해에는 'interactive toy'라는 주제로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학 배경이 전혀 없지만 창업을 하면서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많이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관심도 가게 됐다. 잠깐 웹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보기도 했는데 설렁설렁해서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취미로 조금씩 해보고 싶다.


연구 사업 안에 학기 초 워크샵, 2차 워크샵, 최종 발표회가 있다고 한다. 나는 2차 워크샵과 최종 발표회를 준비하게 됐다. 각 학교를 방문해서 교수님/조교 의견을 들어보고 프로그램과 일정 등을 조절해야 한다. 사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고 피해왔던 일들인데.. 어쨌든 앞으로 살면서 가장 필요할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들어서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1차 워크샵 학생/교수 의견을 토대로 기획 초안을 만들어 놓아서 조교 들과의 회의에선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도 대전까지 온 보람이 있다고 느낀 것은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머리로 구상한 것과는 또 다른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카이스트 캠퍼스도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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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치고 교수님과는 잠깐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카이스트 문화기술 대학원 안에 세미나가 열린다고 듣고 가라고 하셨다. 사실 빨리 돌아가고 싶었으나.. 조금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리에 앉았다. 1시간 반 동안 진행 된 작은 규모의 세미나였는데, 다 마치고 나서는 듣고 가라는 교수님 말씀이 정말 감사했고 안 듣고 갔으면 정말 아쉬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 듣고 갔으면 이런 생각도 안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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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 라는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이 연사였는데, 알고보니 굉장한 엄.친.아 였다. 검색을 해보니 약력이 아래와 같다. 2년 전에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이 됐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론 평사원이 10년 정도 걸려야 달 수 있는 직위라고 하는데, 특별한 재능과 호기심이 있는 사람인 듯. 디지털과 관련한 일을 하지만 여행과 자연에서 느끼는 'magic'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술도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게 아니라 자연에서 느끼는 그 'magic'을 동일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드는게 주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한다. (magic이란 표현은 이 분이 쓴 표현)

▷1987년 서울 출생
▷경기과학고·도쿄대 전자공학과 졸업
▷2011년 MIT 미디어랩 석사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 인턴
▷2012년 삼성전자 입사
▷2013년 TED 연설
▷2014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 ‘TR 35’ 선정, 패스트컴퍼니가 뽑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 32인’ 선정

* 아래는 개인 웹사이트 인데, 그동안의 작업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세미나에서는 당연히 스펙 얘긴 하지 않았고, 그 동안 해온 작업과 느낀 점 위주로 진행했다. 기억 남는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1. 시각장애인용 시계 '이원' 디자인 참여 (*http://premium.mk.co.kr/view.php?no=15852)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도 펀딩 성공 뿐만 아니라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MIT 재학 시절 이 회사의 대표인 김형수 씨가 친한 형이어서 참여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워킹비자가 없어서 멤버로는 참여하진 못했지만 연구실에서만 뭘 하다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 가는 과정에서 배운게 많다고. 공부하고 연구하고의 과정이 중요하지만 실제 세계에 적용시키고 사람들 필요에 맞는걸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얘기 일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해봤다. 엄청 중요한 지점이고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아지는 것 같다. 제품이나 서비스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도 필요하고 협력도 필요하고 수익모델도 필요하고 등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직까지..


2. 모바일 시대와 그 다음의 가상현실? 홀로렌즈?

재미있는 시사점을 하나 던져주었다. 최근 모바일 시대에서 앞으로는 디지털이 더 확장되어 가는 가상현실과 홀로렌즈 등을 이용하는 시대가 올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데, 이진하 책임연구원은 그곳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엄청나게 많이 보고 있는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얘기했다. 내가 방문한 연구소도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연구자들 조차도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것처럼 가상현실 시장이 그렇게 빨리 올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실제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지만, 연사가 말한 것처럼 그 과정에서의 중간 지점을 찾아 작업을 한다는게 정말 영리하다고 느껴졌음. 또 한 가지 덧붙였던 것은 그 중간지점을 실현 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3. process의 중요성

삼성전자에도 멘토-멘티 같은 제도가 있다고 한다. 사내에 2~3년간 멘토로 있던 사람이 사진공유 서비스 플리커의 공동창업자라고 하는데, 그 사람이 일하는 것에 있어서 process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고. 결국 개인이든 조직이든 process를 잘 만들어 놓은 개인과 조직이 미래를 좀 더 빨리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라'는 것이 과거 엄청난 영광을 실현한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에게 많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든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어 구성원이 가장 잘 상상하고 창조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수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보이는 아이디어와 그런 활동을 하다가도 망하거나 없어진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과 그들이 일할 수 있는 process를 제대로 못 만들어서 그런건 아닌지. 그런면에서 리더십, 조직관리 등등의 경영이란 것이 참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것인듯.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기술적 경험과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많아 보인다. 그렇다고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열어갈 미래와 더 풍요로워질 세상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예측하고 기대하고도 있지만 아예 혜택을 못받는, 혜택은 커녕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도 지구상에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최첨단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던 것과 동시에 고민도 많아진 시간. 결론은 유익했다.



* 발표에 사용한 용어 등이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이해한 것이 발표자의 정확한 의도인지는 의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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