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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19. 2021

(슬봉생) Ep 8. 노인 보행장애, 파킨슨 병인가?

슬기로운 봉양생활

"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에 가시는데, 갑자기 다리가 계속 후들거리시더라고. 안전바를 잡고 한참을 서 계시다가 겨우 몇 걸음 떼셨다가 멈췄다가 반복하셨는데, 결국 화장실까지 가는 걸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셨고, 어쩔 수 없이 성인용 기저귀 채워드렸어."

 

"계속 못 걸으시는 건 또 아니야. 오늘 아침에는 집 앞에 나가서 한 10분 잘 걸으셨는데, 계단 앞에서 또 다리가 갑자기 꺾이면서 걷지를 못하시더라고. 내가 다리에 힘 딱 주고 정신 바짝 차리시라니까 다시 또 몇 발자국 걸으셨어."




뇌경색 처방약 변경 후 멀쩡했던 한쪽 시력을 크게 상실하신 아빠는 최근 심각한 보행장애를 겪고 계신다.


노인 보행장애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아빠의 경우에는 신경학적 질환의 가능성이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혹시 파킨슨 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보행장애의 원인이 파킨슨 병이라면 처방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파킨슨도 치매와 같이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고 치매로 발전되는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불안, 화, 스트레스가 보행장애를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하는데, 요양병원에서는 노화로 인한 보행장애에는 항우울제를 꼭 처방한다고 한다.


[출처: 국가건강정보포탈]


다행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에서는 파킨슨 병이 확실히 아니라는 진단을 내려 주었다. 하지만, 다리가 갑자기 후들거리는 증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해 주지 못했다. 신경과 주치의 선생님은 MRI 상 특별히 이상하게 보이는 건 없고, 재활의학과에 협진을 넣어줄 테니, 운동을 해서 근력을 길러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재활치료에 대해서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1주일에 1시간이라는 것도 그렇고, 재활이라는 게 일단 기력이 있어야 하고, 의지도 있어야 하는데, 아빠가 정신적으로 지금 많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이다. 좋아하시는 고기도 좀 사드리고, 일단 기운을 좀 차리게 해 드려야겠다.


주변에는 한방병원을 추천하는 분도 있었는데, 침과 약물로 근육과 신경을 활성화 시키는 중풍치료가 그나마 효과가 있고, 양방의 재활치료는 노인특화치료가 아닌 이상 골절 등 위험 때문에 일 주일에 한 두번 근육 운동시키는 것으로는 큰 차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가 아빠의 휠체어를 밀겠다고 하신다. 원래 엄마가 혼자 따로 걸으면 온 동네 풀과 벌레들 참견하느라 계속 뒤처지시는데, 엄마가 휠체어를 미니까 느리지만 다 같이 걸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휠체어를 밀며 엄마가 아빠한테 한 마디 한다.

“당신은 이제 그냥 걷다가 기다가 내 시중 받으면서 사는 방법밖에 없어”


(9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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