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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15. 2021

(슬봉생) Ep 7. 늑골(갈비뼈) 골절

슬기로운 봉양생활

“새벽 3시에 엄마가 잠에 취해서 화장실을 가셔서 비틀거리시다가 또 주저앉으셨어.”

“많이 다치진 않으셨어? 언니가 엄마 일으키느라 고생했겠다.”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내가 단톡방에는 안 적었는데, 오늘 낮에 요양사님 오시기 전에 엄마가 아빠 몰래 5천 원 들고 두부 사러 나가셨었대. 돌아오다 현관 입구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자전거로 쓰러져서 턱도 다치고, 무릎도 멍들었고. 참 옆구리도 결린다고 하셨어. 내가 저녁에 호랑이 연고에 파스에 잔뜩 붙여드렸어”

“미안해. 보통은 엄마가 바시락 거리며 움직이면 잠이 깨는데, 오늘은 피곤했는지 엄마가 쓰러지고 나서야 그 소리에 깼네. 막내야. 내일 아침에 네가 오는 날이지? 엄마 모시고 병원에 좀 가봐”

“알았어. 내일 아빠 모시고 정형외과 가는 날인데, 엄마도 모시고 가야겠네. 그래도 누나가 있었기에 다행이야. 아무도 없었으면 아빠 혼자 엄마 수습이 안 돼서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을 텐데”




누나는 엄마가 쓰러진 게 자기 잘못인 것처럼 미안해했다. 오십 대 중반에 벌써 양쪽 무릎이 다 닳아서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누나는 쓰러진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엄마는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한 지 자꾸 나가고 싶어 하신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겠다고도 하면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다 섞어 놓기도 하시고, 아침에는 혼자 베란다에 나가 압력밥솥을 꺼내다가 떨어뜨려 아빠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고 하는데, 순간순간 위험한 상황들에 대한 인지가 전혀 안되신다.


가끔씩 보는 사람들은 늘 그저 그런가 한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지켜보면 엄마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직전 일을 기억 못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도인지장애에서 자식들을 못 알아보는 단계까지는 보통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불현듯 어느 날 너 누구니? 하시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는 늑골 6번은 골절이 맞고, 다른 2개는 골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흔히 갈비뼈 골절이라고 하는 늑골 골절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니, 깁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는 진통제 처방을 해 주며, 다발성 골절은 골다공증 영향도 있을 수 있으니 골다공증 처방도 같이 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집에 돌아오니 둘째 누나, 막내 누나, 막내 매형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한 걸음에 달려온 가족들을 보더니 옆구리가 이미 다 나은 듯 좋아라 하신다.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보다 두 분이 번갈아 사고 치시고, 자식들이 또 뛰어오고 와서 잔소리하는 이런 북적거림이 좋으신 거 같다.


하루도 조용하게 지나갈 날이 없다.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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