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작가 윤부장 Dec 09. 2021

(슬봉생) Ep 10. 단기기억장애, 동물농장 이야기

슬기로운 봉양생활

"니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며? 아픈 곳은 없니?"

"네 엄마. 백신을 맞아서 그런지 가볍게 지나갔어요. 지금은 아픈 곳도 없고, 나았어요. 지난 주말에 제가 갔어야 하는데, 걱정하실까 봐 미리 말씀 안 드렸어요. 다 낫고 가려고요. 이번 주말까지는 혹시 몰라서 집에는 못 갈 것 같아요"

"고생 많았겠다. 여기는 안 와도 되니까 집에서 몸조리 잘 해라"


1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며? 지금은 다 나았어?"

"네. 이제 다 나았어요. 애들도 다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랬구나. 이제 다 나았어? 누나가 지금 그러네. 니가 고생했다고"

"누나한테 지금 들으셨어요? 네. 이제 괜찮아요. 근데 이번 주에도 못 갈 것 같아요, 다음 주에 갈게요."

"그래. 여기는 안 와도 돼. 밥 잘 챙겨 먹고..."


"엄마 누구랑 통화한 거야?"

"막내"

"아까 한참 통화하지 않았어? 이번 주에 못 온다고 했다며. 보고싶어서 엄마가 또 전화했어?"

"막내가 코로나에 걸렸대."

"......"



단기기억장애는 오래전의 경험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장애다. 중증인 경우에는 몇 분 전 또는 몇 초 전에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해마의 위축이 장애의 원인이었을 경우, 치료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다만, 해마는 기억 저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해마가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단지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해마는 우리의 뇌에서 기억을 만들어 내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새끼손가락 크기로 뇌의 중앙부 양쪽 측두엽 깊숙이 두 개가 있다.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이 꼭 바닷속 해마처럼 생겼다



엄마는 TV프로그램 동물농장을 좋아하신다. TV에 진돗개가 나올 때마다 엄마가 하시는 얘기가 있다.

우리 가족들은 적어도  3번 이상은 이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예전에 키우시던 진돗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손님 신발을 다 물어뜯어놔서 똑같은 신발을 사러 온 시장을 다 돌아다녔지만, 결국 구하지 못하고 너무 화가 나서 진돗개를 개 장수한테 팔아버렸고, 아빠한테 몇 년 동안 잔소리를 들으셨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정신적인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엄마가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옛날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치매 진행을 늦추는 방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엄마가 말을 할 때 우리가 할 일은, 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지만, 무조건 듣고, 맞장구치는 것.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봉생) Ep 9. 엄마의 '보물상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