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봉양생활
"제주도로 가면 애들도 다 데리고 같이 가는 거니?"
"아니요. 애들은 전학 온 지도 얼마 안 되었고, 학원도 이제 겨우 세팅이 끝나서 같이 못 가게 되었어요."
"애들이 아빠 보고 싶어서 어쩌니?"
"저는 애들보다 엄마, 아빠가 더 걱정이에요. 두 분이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잖아요."
"아냐. 요새 네 아빠도 잘 걷고, 나도 잘 걸어. 지금 같이 나가자."
지난 연말, 회사 내 조직개편 및 업무위촉 변경에 따라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
이제는 주말마다 맡았던 부모님 간병 스케줄을 소화하기 어려워졌고, 주중에 간혹 갑작스럽게 생기는 아빠의 호출에도 바로 달려가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아빠는 먼 길 떠나는 아들에게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며,
잘 걷는 모습을 보여주시겠다며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 산책을 나가자고 하신다.
눈부신 햇살 때문이겠지.
나란히 걸으시는 두 분을 따라 걷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