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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09. 2021

I am not feeling well today

기분이 안 좋다고?


"Good morning boss. I am not feeling well today. May I take the leave today?"


싱가폴 법인 근무 초창기의 일입니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출근을 못하겠다고?

아니구나. 몸이 안좋다는 뜻이구나.


출근 길 아침, 법인에 근무하는 현지인 팀장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고 대단히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한 두번이 아니고, 한 달에 몇 번은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뎅기가 유행이 되면 학교 앞 정문에서 학생들의 체온 측정을 하는 풍경을 접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구요.


싱가폴에 오래 사셨던 지인에게, 아무래도 병가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자, 싱가폴은 뎅기나 지카 등 여러 종류의 발열성 바이러스 유행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일단 열이 좀 있으면 본인이 주변에 병을 전파시킬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병가를 내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고, 쿨하게 잘 쉬라고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뭔가로 한 대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라떼 시절,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아파도 일단 출근해서 나의 아픔을 충분히 상사에게 보여주고, 상사가 안쓰러운 듯 병원에  가보라고 해야 마지못해 못 이기는 척 반차라도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프다는 핑계로 출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이 나라의  개인주의 문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타인에 대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직장 문화도 많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플 때는 좀 쉬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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