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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Aug 08. 2022

(슬봉생)Ep 16. 엄마 이야기(1)

슬기로운 봉양생활

"네가 와서 자고 가면 아주 좋아하시겠네"

"아빠 엄마 말동무 많이 해 드려~. 엄마는 요즘 완전 무기력하게 누워계시기만 해"

"그리고 약, 취침 전 약 아빠만 드려. 아침 약은 두 분 모두"




엄마의 단기 기억 장애는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다.

애들은 잘 노는지, 아이들이 몇 학년인지, 똑같은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반복서 물으신다. 흔히 알려진 대표적인 알츠하이머 증상인데, 다행히 아직 '장기 기억'은 또렷이 가지고 계신다.


어떤 기억이 들어왔을 때 24시간 정도 지나면 80% 정도는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정상적으로 작용을 하면 나머지 20%는 기억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치매가 오게 되면 '해마'가 망가지기 때문에 나머지 20%도 기억을 못 하게 는 것이다.


한편, '장기기억'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뇌의 전두엽에 저장을 해 두는 것인데, 치매 환자들도 '장기 기억'인 옛날 기억은 잘 보존이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결국 '장기기억'도 사라지게 된다.




"언니 이름 최옥례. 형부 이름 차지필"

"이모가 있었어? 엄마 외삼촌하고 남매 아니었어?"

"삼 남매였어. 6.25 전에 시집간 언니가 있었는데, 오빠보다도 나이가 많았어. 억철이, 억조, 봉철이.

큰 아버지는 삼 형제를 뒀는데, 다 이북에 두고 왔어"

"이산가족 찾기 할 때 안 찾아봤어?"

"남으로는 안 내려온 거 같아. 무서워서 찾아보기도 싫어"


엄마의 '장기기억'은 여전히 또렷하다. '장기기억' 훈련을 위해 시작한 옛날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늦도록 한참을 이어진다. 아빠 오촌 당숙모님이 중매를 선 이야기, 상견례 때 아빠가 밥은 굶기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다는 이야기,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춰, 5년 안에 집을 장만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


처음 나의 계획과 달리, 엄마의 말은 점점 줄어들고 아빠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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