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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Sep 18. 2024

마흔아홉 - 전세족에서 영끌족으로


※계약갱신청구권('21년 6월 시행)


-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 1회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임차인의 안심 거주기간이 2년 더 늘어납니다.
-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한을 5% 범위 내로 제한하여 임차인들이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부담을 줄였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 중에서]




마흔아홉, 드디어 나는 전세족에서 영끌족이 되었다.


전세족이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전세계약 때문이다.

우선, 세족은 전세 계약 2년 만기가 되는 시점에 아파트 매매/전세 시장 동향에 따라 기존 주택의 재계약 또는 다른 주택으로의 이사, 내 집 마련 등으로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데,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1) 평온한 시기(현재 전세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시기 +/- 5% 이내)


2) 집값 하락기(최소 -10% 이하로 전세가가 하락해서, 전세보증금을 낮춰서 돌려받거나, 같은 전세보증금으로 넓은 평수 또는 좋은 조건의 단지로 이사를 있는 시기) 


3) 집값 상승기(최소 10 이상 전세가가 상승해서,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거나 같은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시기) *단,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5%만 올려주고 2년을 더 거주할 수도 있다.





1) 평온한 시기


많은 전세족은 기존  계약을 연장한다. 아파트 매수, 특히나 생애 첫 주택매수라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투자이며, 용기를 필요로 한다. 100% 자기 자금으로 매수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경우 소득의 몇 배가 넘는 주담대를 깔고 가야 하는데, 누구나 매수 이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 경험에도 비추어 보면, 주택시장이 평온한 시기에는 일단 2년 더 살아보고 다음에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때 매수를 고민해 보자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2) 집값 하락기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집값 하락장을 만나게 되면, 일단 마음이 좀 편해진다. 이 때는 전셋값도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전세족들은 이때를 마련의 시기로 삼기보다는 좋은 조건의 전셋집으로 갈아타거나, 현재 살고 있는 전세계약을 낮추어서 연장하는 선택을 한다. 집값 하락기가 주택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분명 하나, 이때 주택 매수의 결심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히 어렵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평소부터 매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단지이고, 적정 매수가를 미리 정해놓았다면 그나마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만, 매일같이 언론에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면, 일단 지금 계약을 연장해서 2년 더 갈아보다가 집값이 바닥을 쳤을 때 매수를 하자는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나 역시 경험했던 것이지만, 이 논리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다가 반등해서 상승기로 전환되는 시점이 나의 전세계약 기간과 맞아떨어질 확률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설령 그 시기가 바닥임을 인지하다라도 계약기간을 중간에 해지하고, 집주인에게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라고 하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하락장에서는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점을 맞추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3) 집값 상승기


전세계약 만료가 6개월 정도 남았을 때부터 불안감이 몰려든다. 집주인이 도대체 얼마나 올려 달라고 할지, 실거래가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가격을 보면서 제발 집주인이 착한(?) 임대인이기를 바라는 시기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 경우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4년째 계약만료 시점에 집값 상승기를 제대로 만났다.


계약만료 90일 전. 미리 알람 설정이라도 한 것처럼 정확히 그날 집주인은 카톡으로 연락을 해 왔다.

계약 연장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시세에 맞춰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시세는 4년 전 대비 최소 30%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세족에서 영끌족으로 전환하는 가장 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순간이기도 하다. 20%~30%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고 다시 '벼락거지'를 경험하느니 차라리 영끌족이 되어서 2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경험해야 하는 '이사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강렬해지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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