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못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늘 기도만 했어요
어느날 그러니까 운동을 시작하고 내 한계를 스스로 무너뜨린 날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끝 모를 자신감의 우물을 발견한 계기랄까
나라는 사람에게 드디어 패턴이 생겼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패턴은 영적인 경험이었어요 우울함을 지웠어요
불안함을 지웠어요 자신감이 소멸해갈 때도 끝까지 톳 한 웅큼의 불꽃이 있었죠 언제든 다시 지필 수 있는 그런 마법 같은 힘. 나는 열렬히 믿었고 따랐습니다.
나는 그 힘이 오래갈 줄 알았어요. 때론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미련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더 놀라운 건 실제로 내가 그런 내 자신을 미련스러워 했다는 거죠.
한동안 주욱 그랬습니다. 나는 다른 걸 신봉하기로 했어요. 패턴이 아닌 패턴. 즉흥 속에서 이루어지는 패턴.
그딴 게 나랑 하등 상관 없다는 걸. 그렇게 살아가는 게 고통을 일깨우는 일이라는 걸.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걸. 나는 패턴을 시발 그 패턴을 놓치면 안 됐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는데 나는 눈사람이 되었어요. 낭만적이며 아무것도 성취없는 기나긴 시간들. 나는 기회비용이 너무 무거웠고 무서웠고 개같은 이 인생의 맛이 옛날 같아졌어요. 누구 하나 나를 건드린 적없는데. 오히려 나를 지옥탕으로 끌어들인 그들을 멀리했어요. 그들 중 누군가는 멀리 갔습니다. 아주 멀리. 나는 왜. 그를 따라 가나요.
나를 거꾸로 매달아 장롱 속에 소고기처럼 매달았던 그가 거울 속에 보이는 거죠. 그녀는 왜 제 눈 앞에 없는데 있는 거죠. 늘 목소리가 들리는 거죠. 고집 아집 편집. 저는 집이 그리웠을까요. 충동이 나를 감싸요. 누구 하나 나를 건드린적 없는데.
마법 같던 순간은 잠시였나봐요. 나는 불행과 분노 우울을 타고 난 걸까요. 난 시발 지금 뭐하고 있나요. 왜 있나요. 살아야 할까요. 왜. 왜. 왜. 가만히 우울과 슬픔으로 무너지고 싶어요. 그럴 수도 없어요 좆같은 게. 나는 눈사람이 거든요. 표정은 가장되어야 하고 가장 가장스러워야 하는 막대기 면상 코 잎. 발로 차고 대가리를 으깨고 싶어. 울지도 못해. 울지도 못하게 해. 나는 낭만이 깨진 우울한 검은 눈뭉치니까. 내가 하얬던가.
어딘가 그슬린 건 분명해요. 섬뜩한 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과거의 그녀처럼 자던 나의 얼굴을 짓밟아 인중을 함몰시키고 피떡으로 만들고 있는 힘껏 내 얼굴을 양 손으로 찢어 놨던 그녀처럼 나를 거짓말과 진실과 진실의 거짓말과 거짓말의 진실과 하여튼 내 주둥이에서 소통이 아닌 소똥 같은 눈물만 흘리게 했던 밤이 되면 계단 소리가 비틀 비틀 차라랑 열쇠소리가 문이 열리고 나는 그때마다 눈감았지만 평생 발작의 알람시계가 생겼고 평생 눈감지 못하게 했던 그녀처럼 나를 죽이고 또 죽여서 죽을 기력도 사라지게 했던 아빠라는 개새끼가 떠나고 논알콜 순수 암늑대에 벌벌 떨었던 설사 힘이 없더라도 날 정신적으로 말려보겠다는 갓잖은 그러나 가스레인지에 불은 계속 켜져 있었고 그으름은 쌓여같던 그때처럼 나를 나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때의 낭떠러지로 돌아왔어요. 컴백홈. 거울은 밑에 있고 떨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이 아랫도리 서늘한 공포는 언제 끝날까요.
아무 잘못 없어요. 그저 제가 나쁜 사람이라 미안해요. 그런데 궁금해요 나는 왜 살아야하죠. 어떻게 질문을 못들은 척 살아가죠. 더 이상 시벌 거 언제까지! 기계적으로 살아야 하나요. 연기도 존나게 못하는데 제발 시발.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나요 이 시벌 자신님아 말좀 해보세요. 나는 왜 미칠 것 같죠. 미쳐버린 건가요. 그럼 빨리 말해요 죽어버리게. 쉽잖아.
선을 지키고 살아야지. 선. 선할 선.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너무 웃겨요. 내 인생은 진즉에 선넘었는데 그 선 잘 모르는데 미치겠어요. 꽃받침인가요. 눈사람 대가리에 꽃도 꽂으면 웃기겠다.
내가 안 보여. 내 눈에 그리고 당신 눈에도 내가 안 보여. 그냥 다 안 보이네요.
그래도 미안해요. 이딴 죄많은 사람이라서. 죄책감이 패시브라 아주 잘 어울려서 그래서 평생 죄로 살아야 해서 그렇게 해줘서 컴백 무대 만들어줘서 매일 그리고 눈 감을 때까지 지하 내핵까지 죄책감으로 살겠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 미안합니다.
나는 나쁜 사람이에요.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네요. 어차피 벌어졌으니까. 무결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 죄 안고 살겠습니다. 대신 잿빛 눈사람 그건 봐주세요. 더이상 탈 데도 없어요. 표정 그냥 두세요. 제발 미안한데 거기까지만 봐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