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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재미있으면서도 하기싫은 것

오늘의 장면

by 어떤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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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처음으로 샤브샤브를 했다. 어렵지도 않은 음식인데 집에서 하는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막상 해보니 정말 쉬웠지만 나에게는 또 쉽지도 않다.


먹는건 좋아하지만 요리는 싫어한다. 막상 하면 또 잘하는데 (엄마 손맛을 닮았는지, 맛은 어느정도 보장되는) 요리하는게 너무 싫다.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어떤 일을 할때 효율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 그런건지 그냥 요리가 귀찮아서 핑계를 대는건지.


내가 해준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부르고 뿌듯하다고? 그런 느낌을 가져본적이 없다. 한시간을 공들여 음식을 했는데 사라지는 시간이 30분도 채 안걸린다는게 화가 날 뿐.


10살때부터 내 손으로 밥을 하기 시작했다. 맞벌이 하는 엄마 덕분에, 내가 밥을 하고 반찬을 해서 동생을 먹여야 했다. 물론 나도 먹었지만. 그러다보니 요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같은 것이 생기기도 전에 하기 싫은 일, 해야만 하는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 전업주부일때도 내가 음식을 해야했고, 맞벌이일때도 내가 해야했다. 왜?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먼저 자리를 잡으니 끼니때마다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 너무도 싫었다.


요즘 다시 음식을 시작했다. 식비를 줄여보기 위해. 밀키트도 지겹고, 배달음식을 내내 먹을수도 없어서 시작했는데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가는 중. 레시피를 보고, 새로운 재료로, 안해본 요리를 하는게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니 또 감사하고. 여전히 요리라는 행위가 비효율적인 행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더이상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줄여볼까 하는 고민은 하지만. ㅎㅎ


샤브샤브, 너무 맛있어서 두끼 내내 싹싹 긁어먹었다. 채소를 좋아하기도 하고 손쉽기도 해서 종종 해먹을 것 같다. 오늘은 또 뭘 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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