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고 싶은 물건

묻고 답하다

by 어떤하루

Q. 비워내고 싶은 물건이 있나요?



A. 사실 저희 집은 비워낼 게 책 말고는 없습니다. 두 번의 이사를 하면서 다 버리고 짐을 싹 줄이고 왔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책 말고는 따로 뭐 사는 걸 그렇게 즐기지 않는 편이어서 책과 먹는 거 말고는 거의 짐이 늘지 않았어요. 옷도 거의 안 사고 꼭 필요해야지만 사고 그 외에 살림살이나 가전 같은 것은 들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안 사고 지금 책만 계속 증식을 해서 책꽂이를 꽉 채우고 책상 위에도 점점 책의 자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비워낼 것은 책이에요. 지금 책을 한 번 정리를 했는데 그럼에도 많이 줄이지를 못해서 한 번 더 버릴 것들, 안 읽을 것들은 싹 버려야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중고 책방에 팔았는데 이제 제가 워낙에 낙서를 하면서 읽다 보니 팔지는 못하겠고, 그리고 뭐 나눔을 하는 것도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라 그냥 안 읽는 것들은 싹 모아서 재활용에 내놔야 될 것 같습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에 대한 욕심은 없어서 필요한 물건들만 있다. 그릇도 냄비도 딱 우리 식구 먹을 것만 있고. (그래서 손님을 초대할 수 없음. ㅎㅎ) 옷도 장농 한칸에 4계절 옷이 다 들어갈 정도의 양. 별로 없는 물건도 이사하면서 다 처분하고 와서 진짜 지금 집에 넘쳐나는 것은 오로지 책. 책도 거의 다 버리고 꽤 많이 비우고 책장 줄여서 왔는데도 또 어느새 야금야금 늘어서 책꽂이가 빽빽해진 상황. 종이책을 최대한 안보려고 전자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줄그어가면서, 메모해가면서 읽는 그 맛을 또 놓칠 수가 없어서 소장하고 싶은 책들은 계속 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확 늘어있다.


며칠 전 다시 안볼 책들은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 나눔하고 재활용에 내놓고 했다. 나눔도 착불로. 버리는데도 돈이 들어 나눔도 잘 안했었는데. 그냥 포장해서 보내는 것만. 누군가가 또 잘 읽어준다면 감사한 일이니까. 지금도 사고 싶은 책들이 장바구니에 가득하고. 이미 사놓은 책, 도서관에서 빌려온책까지 책상위가 가득하지만, 기분은 좋다. 어느 순간 숨이 막힐때도 있지만 역시나, 책은, 보고만 있어도 참 좋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책을 비워내기 위한 노력. 더 채우지 않기 위한 노력. 숨막힐 정도까지는 쌓아두지 않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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