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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을 왜 지금은 안 만나냐고?

쓰는건짐_시즌2

by 어떤하루

그 사람들을 왜 지금은 안 만나냐고?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바로 인연을 끊을 수가 있는 거냐고? 그렇더라고. 나도 그럴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연이 멈추는 데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더라. 넌 그런 경험 없어?


나이도 비슷하고 상황도 비슷하고 고민거리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를 제외하고는 다 달라지게 돼. 상황도, 고민거리도, 그 외 많은 것들까지도. 조금씩 비교하게 되지. 인간은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어있나 봐. 특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라면 더욱더. 가까운 사이라서 안 그럴 것 같지? 아니, 더 비교하게 돼. ‘시작은 비슷했는데 왜 지금은 다른 거지?’ 계속 고민하게 되고 질투가 생겨나기도 하고. 그걸 스스로 잘 다독이면 괜찮은데 조금씩이라도 밖으로 표출하면서 불편하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안으로 혼자 삭이다가 탈이 나기도 해. 더 이상 그걸 견디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사 등의 환경 변화로 거리까지 멀어져 봐. 그냥, 그게 끝이더라고. 물론 거리가 멀다고 다 멀어지진 않아. 가까이 산다고 해서 인연이 오래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람과의 인연이 거기까지인 거야. 예전에는 이렇게 관계가 멀어지면 진짜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거든.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지 않을까? 이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젠 그런 고민은 안 해. 그냥, 여기까지라고 생각해. 그 시절 함께 할 이유가 있었듯이 지금 또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테니까. 나도, 그들도. 그 누구든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아주 즐거웠고, 행복했으니까. 나에게 주어졌던 그 시간이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 떨어져 있는 시간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이제 진짜 나이가 들어가나 봐.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그러니까 너도 너무 고민하고 매달려있지 마. 그냥 지금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충실하면 돼. 앞으로 이 관계가 어찌 될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가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성급히 단정 짓지도 말고 상상하지도 마.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의 우리로 즐겁게 보냈으면 해. 말이 좀 길었네. 올해 몇몇 사람들과의 관계를 종료하면서 나도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어서 말해주고 싶었어. 한 번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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