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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며

오늘의 장면

by 어떤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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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켜며 잠들었던 몸을 깨우고 일어나 양치를 한 후 미온수 한잔에 영양제를 먹었다. 어제 친정에서 가지고 온 수동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조금씩 힘을 주어 갈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전동 그라인더와는 또 다른 소리, 손에 느껴지는 감각. 멍하니 손을 움직이며 소리와 향에 집중했다. 커피 색 필터에, 잘 갈아진 원두 가루를 올리고 조금씩 물을 떨어뜨리니 이번에는 ‘또로록’ 소리가 들린다. 물을 머금은 커피는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서버에는 맑은 소리와 함께 커피가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사방에 향을 퍼뜨린다. 묘하게 힐링 되었던 아침 시간. 전동 그라인더에서 수동 그라인더로 바꾸었을 뿐인데, 커피 내리는 시간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 내 손길이 한 번 더 가고, 속도가 조금 느려졌기 떄문일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조금만 집중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어도, 똑같다 생각하지 말고, 어제와 뭐가 다를까 한번만 생각해보자.어제의 일몰과 오늘의 일몰이 다르고, 오전의 하늘과 오후의 하늘이 다르다. 순식간에 뽑아서 마실 수 있는 커피도 있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시는 커피는 그 과정부터 이미 웃음이 나온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고 또 쌓여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자려고 누웠을 때 ‘오늘도 참 좋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관심도 없었던, 좋아하지 않았던, 싫다고 생각했던 계절이 좋아지고 매시간이 즐길거리를 찾게 된다.



오늘도 또 해가 조금 더 길어진 걸 보고 감탄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창밖을 내다보니 변화가 느껴진다. 당연한 변화지만, 내가 인식하고 느낌으로써 어제와 다른 오늘에 조금 더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했다. 해가 길어지고 있으니 조금씩 생활패턴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은 덤. 이게 뭐라고, 이걸 캐치하고 움직이는 내가 조금은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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