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
안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안개가 싫다기보다 그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개가 가득한 아침 산책길. 이미 나왔고 비온 다음날의 아침공기는 참을 수 없을만큼 좋기에 일단 걸었다.
멀리 보이는 곳은 안개가 가득해서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지만
막상 그 안으로 내가 들어섰을땐 안개가 걷히고 주변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두려워 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예쁜 풍경들이 가득했다.
긴다리로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새들, 이슬 가득 담고 있는 잎들.
심지어 물방울이 매달려있는 거미줄까지 예뻐 보였다.
쨍하게 보이는 일출도 좋지만 안개뒤로 어우러지는 일출도 또 다른 분위기.
생각을, 관점을 달리하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보이지않는 길, 장소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안에 들어갔을때 별일은 없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두려워 말고 한발 들여놔보기로.
어느정도 가려져 있어서 더 예쁠 수있고, 그 너머의 일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호기심과 관심으로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걸 잊지말자.
두려움때문에 더 나은, 좋은 것들을 놓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자.
걷다보니 안개가 걷힌다. 아까보다 훨씬 선명해진 시야와 풍경들, 또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