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
올해는 유난히 봄이 늦는 듯 하다.
겨울, 생각보다 안춥다 했더니 2월 한달 내내 추위에 덜덜 떨게 만들고, 3월이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여전히 이곳은 봄의 느낌이 나질 않는다.
남쪽의 꽃 소식을 들으며 행여나 짧은 봄, 놓칠까봐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 보지만 이맘때쯤 보여야 하는 것들이 안보인다.
유난히 따뜻했던 날, 봄이 어디쯤 왔는지 보려고 산책길로 들어섰다. 새싹도 아직이고, 개나리도 벚나무도 여전히 그저 가지만 휑하니. 그렇게 구석구석 관찰하며 돌다가 드디어 발견한 목련의 봉오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야 오는구나 봄이. 이제 조금씩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구나.
재작년에는 봄이 너무 빨리 왔었는데, 그래서 남쪽은 3월말에 벚꽃이 다 졌었는데. 작년에는 적당하게 왔고, 올해는 늦어지는 것 같다. 계속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겨두고, 기록을 남겨두니 해마다 다른 계절을 보게 된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마찬가지. 해가 뜨는 위치가 달라지고, 넘어가는 위치가 달라진다. 비슷한 시간에 내다보고 기록해두니 달라짐이 느껴진다. 들여다봐야 보이는 것들.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져야 볼 수 있는 것들. 예전에는 다 놓치고 살았는데 이제는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가 않다.
봄은 매년 돌아오지만 올해의 봄은 한번 뿐이니 또 열심히 즐겨봐야지. 짧은 봄, 놓치지 않게 매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야지.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갑자기 추워진 오늘,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는 중일테니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