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연희는 홍대입구역 근처인 서교동에 있는 독립서점이다. 이름만 보면 연희동에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서교동에 자리 잡고 있다. 책방 연희의 '연희'가 연희동을 의미하던 걸까. 아니면 사장님 이름이 '연희'일까. 궁금증이 둥실 떠다녔다. 언젠가 책방 연희 사장님을 뵙게 되면 여쭤보아야지 다짐하면서 <독립 서점 탐방> 목록 맨 위에 적어두었다.
이 물음을 해결해 준 건 다름 아닌 에세이 한 권이었다. 책방의 애씀과 쓸모에 대한 경영 에세이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는 않습니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독립 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던 터라 집어 든 신간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가 책방 연희의 운영자였다. 정보 없이 집어 든 터라 황급히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저자는 구선아. 그렇다. 책방 연희는 주인장의 이름에서 따온 서점명이 아니었다.
책방 연희는 '책, 연희하다'의 줄임말로 말과 글, 동작으로 책과 도시를 이야기한다는 의미란다. 전통 놀이인 연희에서 따온 명칭이다. 동네도 주인장의 이름도 아닌 새로운 연희의 등장이었다.
연희演戲
1. 명사 말과 동작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재주를 부림.
2. 명사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 주는 무대 예술.
연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두 가지가 나온다. 책방 연희는 이 중 두 번째 무대 예술의 연희를 의미한다.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는 않습니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방 또한 그러하다.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장소를 지향한다. 느슨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느슨한 연대가 되길 희망하는 책방 연희의 모토가 결코 느슨하지 않은 뜨거움으로 다가왔다. 책방 연희가 궁금해졌다. 단단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느슨한 연대를 맛보고 싶었기에.
네이버 지도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연희동이 아닌 서교동에 있는 책방 연희를 찾아서. 홍대입구역 7번 출구를 따라 5분 즈음 걸었을까. 경의선 책거리를 약간 빗겨 난 곳에서 책방을 만났다. 지도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카레를 먹으러 종종 지나치던 길이었다. 나의 무심함이 새삼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뿔싸. 8년이나 된 장수 서점인데 못 보고 지나쳤구나’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이 없다. 주변을 빙글거리며 헤매기 좋은 위치다. 서점을 찾아온 사람도 ‘내가 맞게 찾아온 걸까’ 의구심을 가질만한 공간인 셈이다.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지나칠 수도 있는 위치야’라고 중얼거리며 서점의 계단을 내려간다. 책과 나만이 오롯이 존재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책방 연희는 요즘 책방답지 않게 커피나 음료를 팔지 않는 ‘찐’ 서점의 자세를 유지하는 곳이다. 책만 팔아서 책방이 유지되나 싶지만 8년이나 홍대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걱정이 무색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북토크가 끝난 뒤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읽고 쓰는 문학적 경험의 공간을 기획하고 있어요."
곧 책방 연희 2호점이 생길 거라고 했다. 그녀는 책방 연희 2호점인 광화문점 오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은행과의 콜라보로 만들어지는 서점으로 큐레이션 서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책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행사를 자주 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이 팔리지 않은 시대라고는 하지만 모든 서점이 불황은 아니구나‘
책방 연희를 보고 있으면 동네 서점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양길이라 일컬어지는 출판계지만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산다.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책을 읽고 쓰는 느슨한 연대에 기대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에. 책을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기에 축소가 아닌 확장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일 테다.
책방을 열기 전 10년간 광고대행사 기획자로 일했던 사장님의 경력 덕택인지 책방연희는 매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사람을 반긴다. 나 또한 <소설로 도시를 재구성하기> 워크샵으로 연을 맺은 이후로 셔효인 시인의 <싫음과 좋은 사이> 북토크. 장강명 작가의 <아무튼 현수동> 북토크에 다녀왔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오르는 프로그램의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사장님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감탄하게 된다. 책 덕후는 매번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돌아올 수밖에.
책방 연희 책방 TIP!
책방 연희는 영업시간이 특이한 편이다. 일주일에 단 3일만 영업한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12시에 책방을 열고 18시에 닫는다. ’워라벨‘이 완벽한 ‘MZ 스러운’ 영업시간에 유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