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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 정 Sep 04. 2015

장미 향을 품은 열매

인도 디저트 굴랍 자문

끼니 때까 되면 양파 볶는 냄새가 진하게 복도에 퍼져 나오고 잠시 후면 카레 향이 진동한다. 벽 하나를 두고 사는 이웃 인도인 가족의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사 온 뒤 몇 년 후 인도인 가족이 이사를 왔다. 요리 블로거인 나 답게 어색한 첫인사와 함께 그들 손에 들린 장바구니에서 시작된 음식 이야기는 그렇게 고국을 떠나 사는 두 집의 소통을 터주었다. 그들의 대표적인 디저트 굴랍 자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굴랍 자문 이야기는 영국에 주권을  점령당하기 까지 이어진 아트, 건축, 음식 등등 인도의 화려한 문화를 수 놓았던 무굴 제국 시절로 올라간다. 10 세기경 중앙 아시아의 이슬람 제국은 인도 쪽으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전쟁을 통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15세기 세워진 이슬람 제국인 무굴 제국 시대에는 그야말로 럭셔리한 문화가 펼쳐졌다. 귀족들은 고급 장식품들을 걸고 최고 색상의 실크를 몸에 걸쳤으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의자에서 호랑이와 공작새를 애완 동물로 키웠다. 여기에 칸사마라 불리는 남자 요리사들이  페르시아로부터 들어온 향신료들로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페르시아 음식들을 인도 입맛에 따라  변형하기도하며 힌두 문화에 익숙한 본토 사람들에게 진미를 만들어 낸다.

인도 사람들은 단맛에 강박증이 있는 듯하다. 그들의 디저트는 아주 달다. 인도 대부분의 디저트는 정제된 버터인 기(ghee), 밀크, 꿀이나 시럽으로 만들어지는데, 굴랍 자문의 본모습이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의 '야크맛 알 카디'는 밀반죽을 튀겨 향기 나는 시럽에 절인 것으로 인도에서는 이것을 그들이 디저트에 많이 사용하는 우유를 장시간 끓여 고체로 만든 코아(khoa)를 반죽해 튀긴다. 굴랍 자문을 절이는 시럽은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많은 장미 꽃잎을 담가 향을 뽑은 로즈 워터를 첨가한 장미향 향긋한 시럽에 절인다. 지금이야 마트에서 병에 담긴 로즈 워터를 살 수 있지만 그야말로 당시로서는 럭셔리한 디저트라 할 수 있겠다.

굴랍 자문의 의미를 들여다 보면 굴랍(Gulab)은 장미, 자문(Jamun)은 인도에서는 잠불이라 불리는 동그랗고 작은 자문 베리를 의미하여 장미향 나는 자문 베리라는 뜻이 될 수 있겠다. 굴랍 자문에 전해 오는 짤막한 옛날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날 인도 땅의 라이가라는 작은 왕국이 있었다. 어느 날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이 살구 크기의 작고 거무 틱틱한 잠불(자문)이라는 과일을 왕에게 선물로 가져 오는데, 그 과일의 맛에 반한 왕은 자신의 나라에 그것을 자라게 하고자 씨앗을 심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지 않아 잠불 나무는 자라지 않았고 당연히 열매 또한 볼 수 없었다. 왕의 실망을 지켜본 왕실 말단 요리사 중 한 명이 물소 우유를 장시간 졸여 만드는 코아로 자문 크기의 모양을 빚어 만든 음식에 향긋한 로즈 워터를 첨가한 시럽을 뿌려 왕의 디저트로 낸다. 이를 맛본 왕은 그 요리사를 최고의 요리사라 칭찬하며 그를 왕의 개인 요리사로 올리고 굴랍 자문은 나라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만들게 되었다는 아이들에게 들려 주는 옛날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와 굴랍 자문은 결혼식 등의 잔치나 드발리, 퐁갈등의 인디아 명절에 즐겨 먹는 디저트로 힌두 문화와도 밀접해졌다. 그리고 매해 외국 신문이나 여행 잡지에서 선정하는 세계인들의 인기 디저트 목록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음식이 되었다. 

드발리 때면 이웃 인도 가족 현관문 앞에 반짝 거리는 전깃 불과 색색의 모래로 장식을 해 놓은 것을 드나들며 볼때면 굴랍 자문을 먹고 있는 그집 두 아이가 상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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