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딱 오늘 같은 날이면
나는 무서운 영화를 내리 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어두침침한 날을 피하고 싶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날의 눅눅함에
최대한 묻어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온다.
목마를 땅을 위하는 듯 비는 아낌없이 내리 퍼붓는다.
어둑한 날씨를 핑계로 더 이상 누군가를 졸라댈 수 없는 내가
이제는 완벽한 어른인가?
궂은 날씨를 첨벙첨벙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난 아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