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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Dec 27. 2019

육아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가끔 남편이 윤우를 하원 시킬 수 있을 때 나는 ‘저녁’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육아에서 벗어나서 나만의 자유시간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누구를 만날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이미 친구들은 약속이 있거나

장소가 멀거나(장소를 정하고 오고 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니 약속을 잡을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다)     


결혼과 육아, 일까지 하다 보니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있는 것만 같다.      


어린이집-회사-어린이집-집     


이런 패턴의 반복이다


갑자기 ‘내가 만나자’고 하면 친구들 또한 ‘얘 뭐야~ 자기 한가할 때 만나자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내가 이렇게 만날 친구가 없었나?’라는 서글픔도 밀려온다.      


결혼하기 전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선후배들을 만나고 약속에 약속~      


친구와 통화하면서 회사 스트레스도 털어놓고 뒷담화도 하고~ 그러면서 ‘또 만나서 얘기해’라고 전화 통화를 끊는 그런 일상의 연속들.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일찍 결혼과 육아를 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뭔가 모임을 정할 때 ‘왜 결혼한 친구들의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맞춰줘야 해?’라는 생각부터 먼저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한 친구, 미혼인 친구로 나뉘게 됐고 만난다고 해도 대화의 주제는 서로 달랐다.

그렇게 연락도 만남의 횟수도 모두가 싱글일 때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나는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과 육아의 세계에 뛰어들어서 주변에 육아하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었다.      


20대에 결혼과 육아를 한 친구들은 어땠을까.     


주변 친구들은 거의 결혼을 안 했고 육아는 더욱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기에 그 친구들은 ‘어디에 결혼과 육아 스트레스를 푸념했을까’라는 생각이 다.     


생각해보면 미혼과 기혼이 중요한 게 아니고,     

결혼생활을 알고 육아를 알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나의 지금 상황을 얘기할,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결혼하면 ‘이렇게 바빠질지’도 몰랐고

산전 우울증, 산후우을증이 왜 그렇게 오는지도 몰랐고

육아는 전투라는 것도 몰랐다.      


그때 그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해 줄 걸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


그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인데...     


내가 출산휴가를 들어갔을 때 친구들, 후배들이 시간이 될 때마다 집에 찾아와줬다.     


‘내가 산후우울증 걸릴까 봐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출산을 돌이켜 봤을 때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     


그런 친구들과 후배들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일찍 결혼하거나 육아하는 친구들에게 더 신경 써 줄걸’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회사에 복직한 뒤로 더욱 친구들과 만나거나 연락하는 게 쉽지 않았다.     


주말에는 온전히 또 윤우에게 집중하다 보니...(이것 역시 핑계겠지?)     


지난번 한 싱글 친구가 제주도로 내려간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전화 통화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서

왜 내려갔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을 텐데...     


‘친구도 적응할 시간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몇 주를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저녁에 집에 와서 남편이 아이를 볼 동안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친구는 나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저녁시간이면 육아 때문에 바쁠 것 같아서 못했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왜 그 얘기가 그렇게 찡하던지...     


싱글인 친구 역시 전화 타이밍을 생각하면서 나를 배려한 것이다.      


오히려 서로가 배려하기 때문에 줄어든 연락과 만남이 아닐까.


그래도 만나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좋은 친구들’     


서로의 상황으로 예전처럼 잦은 연락과 모임은 못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라는 따뜻한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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