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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Feb 14. 2020

아이 ‘페이스대로’

최근에 윤우가 어린이집에서 윤우 보다 한 살 어린 동생에게 살짝 얼굴을 물렸다.     


둘이 같이 놀다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

윤우는 깨물린 날 저녁에 집에 와서 내 옷을 자꾸 깨물려고 했다.     


윤우가 깨물렸으니깐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조금 예민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윤우를 등원시켰다.     


담임선생님과 윤우가 깨물린 것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그 연장선상으로 ‘언어’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왔다.     


나는 나대로 ‘윤우가 언어로 표현을 못 해서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이 들고...       


선생님께서는 그날 알림장에

윤우와 ‘아에이오우’ 입을 크게 벌리면서 언어연습을 했는데 집에서도 해보라고 하셨다.      


집에 오면 윤우에게 항상 알림장을 읽어주는데 

윤우는 내가 ‘아에이오우’를 하는 순간, ‘하지 말라’고 했다.     


알림장도 못 읽게 하면서... 아마 윤우 나름대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32개월 아이 언어에 대해 그동안 맘카페에 검색을 안 했지만... 이번에 마음먹고 검색을 해봤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았고 

거의 의견이 반반이었다.     


아이가 이해력이나 인지력이 다 있으면 ‘기다려라’는 의견과

‘조금이라도 빠를 때 언어에 자극을 줘야 한다’는 의견.  


언어뿐만 아니라 배변문제도 나왔다.     


그 개월 수에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글도 있었다.     


언어와 배변훈련이라...      


정말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은데 윤우는 언어도, 그리고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했다.      


훨씬 전에 윤우에게 소변기, 그리고 아기변기를 사줬는데 처음에는 관심 있어 하던데

요즘은 관심이 없다.     


어린이집에서도 지금 배변훈련을 시키느라 변기를 놀이처럼 한다고 하는데...     


윤우에게 집에 있는 아기변기를 다시 꺼내서 보여줬더니 ‘다시 갖다 놓으라’는 제스처 하면서 조금 짜증을 냈다.     

‘언어도 해야 하고’

‘배변훈련도 해야 하고’     


아이는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이 숙달되지 않고 불편해서인지 짜증을 낸다.        


윤우는 ‘왜 이렇게 해야 하고 강요하는 게 많아?’라고 생각할지도...     


그저께 남편에게 맘카페에서 본 글들을 얘기하면서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여보~ 난 윤우 세 돌까지는 기다릴 거야... 그리고 내가 윤우 지켜줄 거야.’




아이가 태어나서 뒤집기, 되집기를 하고 기어다니고 걷기 시작할 때까지...

그 시간 차이는 다 있었을 것이다.     


빠른 아이가 있으면 느린 아이가 있고~       


나 역시 그때는 조급했다.     


그 시기에 못하며 ‘우리 애가 느린 걸까?’라는 걱정과 조바심...     


윤우는 돌이 좀 지나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걷더니~ 뛰어다니고 정말 재빠르다.     


그렇게 윤우에게 걷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언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고 배변을 가릴 수 있기까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난 아이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윤우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언어에 접근하려고 한다.     


“윤우야 동글~ 동글 동그라미 찾아볼까?”     


윤우는 같은 동그라미를 찾고 세모를 찾고 네모를 찾는다.     


우리가 처음 외국어를 배웠을 때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좋다’고 해서 대부분이 그렇게 영어공부를 시작

했을 것이다.     


나 또한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서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 공부했던 게 생각나서 윤우에게 단어를 들려주고 윤우가 따라하는 걸 녹음해서 들려줬다.      


윤우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아이가 대답할 수 있도록     


이렇게 스텝 바이 스텝으로 놀이처럼 언어에 접근하면 윤우가 ‘언어’에 덜 부담을 느끼겠지?!     


그,리,고, 

말이 좀 느리면 어때? 배변 좀 못 가리면 어때? 


지금처럼 밝고 맑고 매력 가득한 아이로 자라면 되지~


‘늦다’고 걱정하지 않고 내 아이의 페이스대로 맞춰주기!  


생각을 바꿨더니 윤우를 재촉하지 않게 되고,

 윤우의 장점이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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