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아이 어린이집도 휴원에 들어가면서 가정보육도 함께 하는 지금,
어린이집 휴원 전에 윤우가 편도선이 부어서 난 그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 3주 차 재택근무와 가정보육 병행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면 편하겠네?”라고 하고 “일 대충하는 거 아니야?”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또 ‘재택근무에 대한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업무를 시작했다.
일은 분명 빨리 시작했는데... 왜 끝나지 않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일을 빨리 시작한다고 해서 일이 빨리 끝나지는 않는다.
아이와는 못 놀아주고... 아이가 심심해하니 TV를 틀어주게 되고...
일과 육아에 대한 힘듦이 최고조에 있었던 며칠 전,
윤우가 평소보다 나에게 많이 매달렸다.
평소에는 내가 일하면 윤우는 혼자 놀거나 내 컴퓨터 키보드를 슬쩍 두드리면서 도망도 가고
그렇게 장난도 치면서 내가 일하게 해줬는데...
그날따라 밥을 먹이려고 하면 ‘까까’를 찾고 ‘어느 정도 TV를 보면 끈다’라고 했는데 안 끄려고 하고 기저귀도 안 간다고 하고...
갑자기 내 아이의 단점들이 막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윤우는 아직 배변훈련에 성공하지 못했고, 손가락도 빨고, 언어도 능숙하지 못하다.
‘24개월 두 돌 때 우리가 해줘야 할 걸 잘 못 해줬나?’라는 생각이 불쑥 밀려왔다.
그때 말이 터질 수 있게 또 배변도 성공할 수 있게... ‘단호하게 해야 했나?’라는 생각들...
내 부족함이, 내가 잘못한 게 괜히 아이 ‘탓’으로 돌리게 됐다.
내가 아닌 ‘너의 문제’처럼...
“너 언제까지 기저귀 할래?”
“그 말을 왜 못 하는 거야?”
“나쁜공기 때문에 지금 어린이집에 못 가고 엄마가 일하면서 너 돌보는 건데...이럴거면 어린이집에 가”
“도대체 내가 못 해준 게 뭔데?”
부모가 아이에게 해선 안 될 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윤우에게 그런 모진 말들을 막 쏘아붙이면서 엉엉 울었다.
내가 갑자기 우니깐 윤우는 몹시 당황했다.
그날 업무를 끝내고 나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래 너 실컷 TV 봐!”
윤우는 슬쩍 방으로 와서 나에게 뽀뽀를 했다.
‘아이는 잘못이 없는데 왜 난 아이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했을까. 화를 냈을까.’
생각해보면 아이의 성장발달과 그와 관련한 주변인들의 말에 나도 휘둘리고 있었다.
그래서 조급함이 몰려왔다.
아이가 어느 개월 수에 어떤 걸 못하면,
그걸 부모가 게을러서 또는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 얘기들 많이 한다.
그런 말들이 내게 스트레스였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윤우가 막 걸음마 할 때 영상을 봤다.
15개월 윤우가 걸음마에 재미를 붙여서 막 뒤뚱뒤뚱 걷는 영상.
‘그때는 윤우가 언제 걸을까?’라고 고민하고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윤우는 걷고 뛰고 누구보다 더 잘 달린다.
‘그럴 때가 있었지...’
지금 우리부부가 고민하는 것 역시~~~ 그 언젠가 되면 ‘그런 고민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나만 조급해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에는 주변의 얘기들과 여러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모조리 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없고’ ‘부모 문제’라고 콕 집어서 얘기하는 글들이 너무 많다.
육아선배인 후배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후배는 얘기했다.
“정말 독하게 할 것 아니면... 귀 닫고 있어요.”
맞다. 부모는 육아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준은 평균치에서 얘기하는 것이고...
내 아이는 아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지금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윤우이기에... 나는 그 조급함을 다시 한번 벗어던지려고 한다.
그저 지금처럼 행복하게 웃으면서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
그것만으로도 행복한게 아닐까...
생각을 바꾸니 조금은 육아에 대한 고민과 답답함이 누그러졌다.
그렇게 엉엉 울고 난 며칠 뒤, 실컷 아이와 몸으로 놀아줬다.
“윤우야 너도 엄마 때문에 요 며칠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스트레스 풀어.”
아이와 함께 뛰고 놀고 안고 업어주면서
그렇게 스킨십을 나눴다.
내가 윤우에게 한 모진 말들, 그리고 엉엉 울어버린 모습을 윤우가 조금은 잊으면 좋겠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뒤뚱’거리며 걸음마 했던 윤우의 영상을 봐야겠다.
‘아이는 하고 싶을 때 한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조급함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