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와 딸이 마주하다

by 아내맘

엄마는 내가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또 ‘임신’을 했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으셨다


‘우리 딸이 나이도 꽤 있는데... 회사 다니면서 괜찮을까?’라는 걱정들


나는 엄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하는 편인데, 내가 전화가 없으면 ‘얘가 무슨 일이 있나?’ 늘 이런 걱정뿐이셨다

임신 초반에 꽤 자궁수축이 와서... 산부인과를 가는 일도 몇 번 있었기 때문


회사와 신혼집도 멀어서 거의 1시간 30분 거리를 다녀야 했고 출근할 때는 지하철 한 번의 환승과 마을버스를 갈아타야 했고 퇴근할 때는 버스 한 번, 지하철 한 번을 타야 했기에 엄마는 나의 출퇴근길을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임산부가 출퇴근하기에 정말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그렇게 매일 퇴근하면서 버스 안에서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어느 날 엄마가 이런 얘길 꺼내셨다


“OO아 미안해... 내가 너 가졌을 때 맛있는 걸 못 먹어줘서 미안해”


순간, ‘엄마는 왜 이렇게 미안해하는 게 많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엄마가 나 가졌을 때 어떤 마음과 형편이었는지 너무 잘 알아서 목이 메어왔다


난 눈물을 꾹 참고 괜찮은 척,

“엄마~ 임신했다고 꼭 맛있는 거 먹을 필요 없네~ 이렇게 예쁜 딸 낳았잖아”라고 했다


그렇게 통화를 한 후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내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본인이 나 가졌을 때를 생각하며 괜히 못 해준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마음 썼을 엄마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더 눈물이 났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아빠 사업이 부도가 나서 엄마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때 그 버스 안에서 나눈 엄마와 나의 대화, 그리고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아기를 낳아보니깐 이제 조금은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


그저 자식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을... 나도 차츰차츰 배우고 있다


엄마가 엄마이기 때문에 강한 게 아니라 자식을 키우다 보니깐 자식을 보호하려고 ‘강해지는 것’이다


내가 출산 한 후에도 엄마의 걱정은 변함이 없었다


‘얘가 매일 일했던 아인데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 걸리지 않을까’ 그러면서 전화로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상태가 어떤지 단박에 짐작하고


‘아기 잘 때, 너도 쉬어라’라고 늘 얘기해주셨다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잤는지, 좀 쉬었는지... 늘 그렇게 궁금해하면서 챙겨준 건 엄마다


온 세상이 ‘아기’에게만 집중돼 있다면, 엄마는 딸인 ‘나’에게 더 신경을 써 준 것


본인 딸이 힘들까 봐, 본인 딸이 지칠까 봐, 그렇게 염려를 하신 것이다


복직을 한 지금도 워킹맘으로 지내는 나에게 엄마는 ‘쉴 수 있을 때 틈틈이 쉬어’라고 하신다


친정이 지방이라 마음먹고 내려갈 때


사실 ‘너무 쉬고 싶어서’ 내려갈 때

아이를 맡겨놓고 미친 듯이 잠을 잘 때도 있었다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그저 집에 와서 먹고 자고...

“엄마 미안해 잠만 잤네”라고 하면


“네가 일하러 왔어? 쉬러 왔지”라면서 오히려 더 쉬도록 해 준다


엄마는 나와 남편이 일하면서 아기 키우는 것을 보면서

“너희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해?”라고 또 걱정하신다


좀 더 못 도와주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그러면서 또 주말이면 누구보다 ‘우리가 쉴 수 있어서’ 좋아하는 엄마이다


엄마에게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을 내가 또 우리 아기에게 베풀고

그렇게 그렇게 ‘내리사랑’이 되는 것 같다


예전엔 ‘엄마’라면 무조건 당연시되던 그 모든 것들이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인내와 희생을 했는지... 그게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며


‘엄마’라는 이름은 또 다른 ‘존경’이라는 수식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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