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아이 언어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걱정해서 브런치에 올린 글들 대부분이 언어와 관련한 얘기가 많았다.
올해 윤우는 영유아검진 가기 전에 치과와 안과를 먼저 들렸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그러하듯 연차를 쓴 김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도록.
먼저 구강검진 2차를 하러 치과에 갔는데, ‘윤우 구강검진 1차를 한 뒤 한 번도 치과에 온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는 내 말에 몹시 놀라시더니 ‘군데군데 얼룩이 보인다고 치아 엑스레이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윤우는 이날 치아엑스레이 검사에 이어 불소도포를 했다.
다음 장소인 안과로 이동.
작년에 ‘난시인 것 같다’고 윤우가 조금 더 커서 ‘다시 시력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이날 여전히 ‘난시’라고 해서
윤우는 동공확대 되는 약을 넣어야 했다.
원래 다른 안과를 한 군데 더 가서 시력검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10분 단위로 두 종류의 약을 세 번이나 넣으니... 웬만하면 ‘아프다’고 안 하는 윤우가 ‘아프다’고 안약 안 넣을 거라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다른 데 가서 더 시력검사를 할 마음이 사라졌다.
의사선생님은 ‘당장 안경을 써야 한다’고 하시면서 안경도수 측정을 해주셨다.
5살, 아이... 안경을 쓴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멍했다.
뭔가 내가 대개 잘못한 기분.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 영유아검사를 하러 소아과로 갔다.
작년에 갔던 소아과에 가서 “우리 아이 말 잘하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하려는
그 당당함도 잠시,
윤우 키와 몸무게 결과를 보시더니 선생님이 ‘성장검사’ 얘기를 하셨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성장검사. 몇 %대 이하면 성장검사를 권유한다고.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바로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성장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손뼈 엑스레이는 윤우 혼자 들어가서 했고
다음으로 피를 뽑는데...
아이 혈관이 약해서 한 번은 실패, 다른 혈관을 다시 꽂아서 피를 뽑는데
그때 ‘아, 내가 잘못했구나~ 괜히 성장검사를 해가지고...’라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키 좀 작으면 어때서...’
뭐든지 빠른 시기에
그 ‘빠름’이 모든 기준이 되니깐... 나도 모르게 그런 기준에 휩싸인 채 성장검사를 해버린 것이다.
아침부터 안과, 치과, 소아과의 일정을 한 윤우의 고단함도 모르고...
윤우에겐 너무 긴 하루였을 하루.
시력에 성장에... 모든 것이 멍했다.
성장검사는 일주일 정도 검사결과가 걸린다고 했다.
나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안 되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
내 육아는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 시력과 성장과 관련해 남동생과 통화를 했다~ 남동생 아이는 윤우보다 2살 누나다.
동생은 시력 얘기를 듣더니
“누나 마음이 그러면 한군데 정도 더 큰데 가서 시력검사를 받아 보라”는 말과 함께
“성장 부분과 관련해서는 자기들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무조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잘 먹여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아이 잘못도 부모 잘못도 아니다”라는
남동생의 말을 듣고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쩌면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은 굉장히 힘이 됐고, 나도 우리 아이도 전혀 움츠러들 이유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안경을 쓰면서 희뿌연 했던 시야가 맑아지면서 ‘잘 보이는 거니깐...’
일주일 뒤 나온 성장검사도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윤우가 건강하게 사랑스럽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인데,
나는 아주 잠깐의 방황을 한 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의 성장속도를 봐주고... 거기에 힘을 싣고 응원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