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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Dec 01. 2021

아이 난시와 키...“네 잘못이 아니야!”

작년에는 아이 언어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걱정해서 브런치에 올린 글들 대부분이 언어와 관련한 얘기가 많았다.     


올해 윤우는 영유아검진 가기 전에 치과와 안과를 먼저 들렸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그러하듯 연차를 쓴 김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도록.     


먼저 구강검진 2차를 하러 치과에 갔는데, ‘윤우 구강검진 1차를 한 뒤 한 번도 치과에 온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는 내 말에 몹시 놀라시더니 ‘군데군데 얼룩이 보인다고 치아 엑스레이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윤우는 이날 치아엑스레이 검사에 이어 불소도포를 했다.      


다음 장소인 안과로 이동.     


작년에 ‘난시인 것 같다’고 윤우가 조금 더 커서 ‘다시 시력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이날 여전히 ‘난시’라고 해서     


윤우는 동공확대 되는 약을 넣어야 했다.      


원래 다른 안과를 한 군데 더 가서 시력검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10분 단위로 두 종류의 약을 세 번이나 넣으니... 웬만하면 ‘아프다’고 안 하는 윤우가 ‘아프다’고 안약 안 넣을 거라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다른 데 가서 더 시력검사를 할 마음이 사라졌다.      


의사선생님은 ‘당장 안경을 써야 한다’고 하시면서 안경도수 측정을 해주셨다.      


5살, 아이... 안경을 쓴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멍했다.     


뭔가 내가 대개 잘못한 기분.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 영유아검사를 하러 소아과로 갔다.      


작년에 갔던 소아과에 가서 “우리 아이 말 잘하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하려는      

그 당당함도 잠시,      


윤우 키와 몸무게 결과를 보시더니 선생님이 ‘성장검사’ 얘기를 하셨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성장검사. 몇 %대 이하면 성장검사를 권유한다고.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바로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성장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손뼈 엑스레이는 윤우 혼자 들어가서 했고     


다음으로 피를 뽑는데...     


아이 혈관이 약해서 한 번은 실패, 다른 혈관을 다시 꽂아서 피를 뽑는데     


그때 ‘아, 내가 잘못했구나~ 괜히 성장검사를 해가지고...’라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키 좀 작으면 어때서...’     


뭐든지 빠른 시기에


그 ‘빠름’이 모든 기준이 되니깐... 나도 모르게 그런 기준에 휩싸인 채 성장검사를 해버린 것이다.


아침부터 안과, 치과, 소아과의 일정을 한 윤우의 고단함도 모르고...     


윤우에겐 너무 긴 하루였을 하루.     


시력에 성장에... 모든 것이 멍했다.     


성장검사는 일주일 정도 검사결과가 걸린다고 했다.     


나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안 되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     


내 육아는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 시력과 성장과 관련해   남동생과 통화를 했다~ 남동생 아이는 윤우보다 2살 누나다.      


동생은 시력 얘기를 듣더니     


“누나 마음이 그러면 한군데 정도 더 큰데 가서 시력검사를 받아 보라”는 말과 함께     


“성장 부분과 관련해서는 자기들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무조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잘 먹여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아이 잘못도 부모 잘못도 아니다”라는


남동생의 말을 듣고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쩌면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은 굉장히 힘이 됐고, 나도 우리 아이도 전혀 움츠러들 이유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안경을 쓰면서 희뿌연 했던 시야가 맑아지면서 ‘잘 보이는 거니깐...’     


일주일 뒤 나온 성장검사도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윤우가 건강하게 사랑스럽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인데,     


나는 아주 잠깐의 방황을 한 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의 성장속도를 봐주고... 거기에 힘을 싣고 응원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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