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에는 아기를 낳고 나면 바로 ‘모성애’가 생기는지 알았다
물론 몇몇 산모들 중에는 정말 출산과 동시에 ‘모성애’가 나온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모성애가 없나?’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라는 생각만 했다
아기를 낳고 정신없는 육아를 하면서
아기 배밀이, 뒤집기, 첫 니, 첫 걸음마 등을 언제 했는지 디테일하게 몇 개월, 며칠쯤 했다는 기억은 안 난다
다만 그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생생하다
윤우가 갑자기 뒤집기를 했을 때는 정말 신기함 그 자체였고
내가 첫 회사 복직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윤우가 나한테 기어 왔을 때는 ‘고마웠다’
‘엄마 나는 잘하고 있으니깐 걱정 말고 회사 다니세요’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
윤우는 돌이 지난 후 걸었는데 12개월 성장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윤우가 한 걸음 한 걸음 떼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뭔가 뭉클했다
돌이켜보면 참 감동스러운 순간순간들이 많은데 그때는 모든 게 서툴고 초보다 보니 긴장도 많았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윤우가 아주 아기일 때보다는 요즘 육아가 더 즐겁고 감동도 순간순간 더 잘 느낀다
예전부터 윤우에게 불러준 자장가를 불러주는데 어느 순간 윤우가 클라이맥스로 따라 하거나
그러면서 나도 아이도 ‘까르르’ 웃고
몇 주 전 윤우가 감기 때문에 기운이 없었던 적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맘마’를 달라고 하는데
내가 윤우한테 “윤우야 지금 깜깜해서 밥 먹고 다시 자야 해”라고 하자,
윤우는 ‘깜깜’을 ‘까까’로 알아듣고
“까까?”라고 다시 되물었다
졸린데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
“윤우야 까까가 아니라 컴컴”
그때 내가 윤우에게 카레가 좋은지 짜장이 좋은지, 우유가 좋은지 치즈가 좋은지 등을 물으면 윤우가 대답했다
또 윤우는 어떤 사물을 ‘손으로 가리켜서’ 그게 어떻게 불리는지 알려달라는 제스처도 취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윤우와 나눴던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진 그 대화는 계속 기억될 것 같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
윤우가 자기 직전 ‘맘마’를 찾는 경우가 있었다~ 잠자기 싫어서
그때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윤우에게 잔소리를 늘여놓게 됐다
그러고서 윤우를 안방에서 재우는데 윤우에게 또 잔소리를 되풀이했다
윤우는 갑자지 일어나서 나한테 ‘자기 방’으로 가자고 했다
‘오늘은 윤우방에서 자고 싶은가 보네’란 생각으로 윤우 손을 잡고 아이 방으로 갔다
윤우는 자기 침대를 가리키며 ‘나한테 누우라고’ 손짓했다
내가 누웠더니 윤우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안방으로 갔다
‘응 뭐지?’
나중에 가서 보니 윤우 혼자 안방으로 가서 잤던 것
그때 정말 ‘아이의 성장’을 제대로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또 감동받은 건 윤우와 함께 목욕하면서 “윤우야 세수해야지”하니깐 아이가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얼굴을 씻어주는 게 아닌가! 정말 그 손에 힐링 받는 느낌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윤우 재우면서
“윤우야 엄마 잘하고 있어?”라고 물으니
윤우가 경쾌하고 또렷하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걸 윤우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대답 하나만으로도 나는 엄마 OOO으로, 일하는 OOO으로 윤우가 인정해주는 것 같아 왠지 든든했다
그래 우리 모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아이의 성장이 눈에 보이고 어쩌면 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이 잘 성장하고 있을 우리 윤우
돌이켜보면
아이의 성장과 함께 나의 모성애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정말 예쁜 내 아이’ ‘우리가 열심히 제대로 키워야 할 내 아이’ ‘우리 선물’이라는 생각을 못 해도, 생각이 안 들더라도...
그 생각은 차츰차츰 생긴다
지금 혹시라도 내 아이가 별로 예쁘지 않거나 ‘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는 초보맘, 육아맘이 있다면 그건 ‘당신들의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
점점 더 ‘예쁘게’ 보이고 지금보다 ‘앞으로 더 감동받을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모성애는 ‘축적’ 되는 것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