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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Feb 18. 2019

계약연애 후 첫 여행

봉쓰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며칠 뒤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그때는 서로 기분에 취해 ‘크리스마스이브, 정동진, 기차여행’을 계획했다     


다음날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선배, 후배가 아니라 남자, 여자가 돼서 5~6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는 게 너무 어색할 것 같고 불편한 생각까지 들었다     


“봉쓰~ 정동진까지 너무 멀고... 그냥 가까운 데로 갈까?”

“왜 나랑 가는 게 싫어?”     


봉쓰가 서운해하는 게 확연히 느껴져 처음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당일, 우린 청량리에서 정동진으로 가는 ‘밤 기차’를 탔다     


기차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고, 밤이지만 낮처럼 활기찼다      


봉쓰가 기차 안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우리 이제 사귀기로 했으니깐... 가족 얘기 좀 해볼까? 아버지는 뭐하셔?”     


난 봉쓰의 난데없는 질문에 ‘어이없음’보다 웃음이 나왔다     


‘이 사람이 연애를 해보긴 해봤을까?’    


나름 진지하게 우리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서 조금 더 ‘가족’ 얘기가 궁금했나 싶었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가족 얘기를 했고 정동진 가는 내내 많은 얘기를 하면서 남자로, 여자로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됐다     


생각보다 정동진 가는 길이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았고 난 사귀기 전보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봉쓰’에게 더 호기심이 생겼다     


정동진 일출을 본 뒤 다시 서울로 왔고 우린 그때 이후로 ‘오늘의 한 마디’를 각자 해주기로 약속했다     


오늘의 한 마디(줄여서 ‘오한’)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일종의 ‘사랑 문구’ 같은 것이었다     


워낙 표현을 안 하는 봉쓰라~~~ 내가 먼저 제안했다          


봉쓰가 그날 밤 나에게 ‘오한’을 보냈다     


.


.


.


“바다를 봐서 일출을 봐서 좋았어

 그게 너와 함께여서 더 좋았어”          


한 줄 tip: 표현을 안 하는 남친이 있다면 표현을 하도록 먼저 끌어내라(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방법을 모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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