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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Sep 16. 2019

제왕절개해 주세요... 외친 사연

38주 1일,

뿅뿅이는 아직 나올 준비가 안 됐는지 밑으로 내려오지도 않았고 자궁벽도 두꺼웠다     


자궁문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았고 몇 시간이 지나도 그 상태 그대로였다     


난 계속 화장실이 가고 싶었고 갔다 오면 또 가고 싶고... 누가 배를 쫙쫙 늘어뜨리는 기분...

미칠 노릇이었다


담당원장선생님은

“산모님 자연분만하실 거죠?”라고 다시 한 번 내 의지를 물으며 당직 선생님에게 내 상태를 전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당직의사선생님도 간호사선생님도 ‘제왕절개’얘기를 꺼냈고 나 역시 도저히 이대로 가다간 안 될 것 같아서... 제왕절개를 요청했다     


“할래요~ 할래요~ 제왕절개해 주세요”     


선생님들은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서류 같은 것에 사인을 해야 한다고 보호자를 찾았다     


봉쓰가 없었다     


봉쓰는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는 우리 엄마, 아빠한테 내 상태를 전하느라 바빴던 것     


난 빨리 제왕을 하고 싶은데 봉쓰가 없으니 순간 화가 났다

‘어디 간 거야?’     


그리고 봉쓰가 왔을 때

“나 제왕절개할 거야~ 내 몸 내가 잘 안 다고”라고 얘기하며 소리쳤다     


제왕절개를 선택한 순간부터 또 간호사선생님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휠체어에 앉아 수술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떤 간호사선생님이 “남편분님 산모님 손 한 번 잡아주세요”라고 했지만,

봉쓰는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봉쓰도 ‘어리둥절’)     


손 한 번 안 잡아준 봉쓰를 원망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실이 굉장히 넓은지 알았는데 좁았고 수술대에 직접 올라가서 누웠는데

그 촉감이 너무 차가웠다     


순식간에 초록색? 커튼들이 가려지고(순간 너무 무서움)     


마취과 의사선생님 오실 거예요”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고     


‘난 마취가 잘 안되는 스타일인데... 라고 얘기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가 내 입에 뭔가 몇 번 ‘쑥쑥’ 넣더니... 눈 떠보니 회복실     


간호사선생님을 보자마자


“선생님 아기는 건강하죠?”     


“네”     


다시 봉쓰가 보였다     


“그러니깐 내가 제왕한다고 했잖아”     


봉쓰를 보자마자 울컥했다     


회복실에 조금 있다가 병실로 옮기니 목이 말랐다     


제왕절개는 ‘방귀’가 나와야지 물도 식사 섭취도 가능하다     


난 14시간 진통을 해서인지 제왕절개 후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지시대로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또 조금 지나서 왼쪽으로 눕고...

이렇게 반복하니 회복도 빨리 된 편     


남들은 다 ‘우리 아기 빨리 모유 먹여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빨리 회복하려고 하는데

난 일단 물을 너무 마시고 싶어서 회복도 빨리한 것 같다


어느 정도 괜찮아지니 봉쓰가 얘기했다     


제왕절개 수술이 늦어진 게 본인이 아니라 장인, 장모님이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고...     


그래도 난 왜 ‘제왕’얘기만 나오면 봉쓰가 원망스러울까? 아직도 손 안 잡아준 봉쓰가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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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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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tip: 엄마, 아빠는 제왕절개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네 나이를 생각 못 했다”


그렇다... 내 나이 마흔에 첫 아기, 뿅뿅이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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