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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l 01. 2021

관계와 관계의 관계

관계가 들어 있는 말들


관계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 관계는 한번 형성되면 영원히 지속되는 자동시계가 아니다. 수시로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펴주지 않으면 멈춰버리는 수동시계다. 관심이 없어지면 관계는 경계로 바뀐다. 관심은 애정을 먹고 관계를 만들지만 무관심은 경계에서 벽을 만든다. (이주형, '평생 갈 내 사람을 남겨라' 중)



좋은 관계, 나쁜 관계


관계는 무엇일까요? 당신과 관계없는 일이니, 상관하지 마세요. 제삼자는 빠지란 말입니다. 이런 말도 흔히 듣습니다.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은 '타인'입니다. 결국 나와 상대방 사이에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관계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이주형 작가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관계'란 '관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 생각합니다. 관심 없이 그냥 만들어지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어떤 관계도 예외는 없습니다. 관심이 있어야 관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만약 연인에게 관심이 1도 없다면, 더 이상 연인관계라 할 수 없습니다. 그냥 타인이거나 제삼자일 뿐이죠.


'관심'은 글자 그대로 마음입니다.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을 쓰는 것, 그 마음씀을 말합니다. 상대에게 마음을 쓰고 있으면 관계가 있는 것이고, 마음을 1도 쓰지 않으면, 즉 무관심하면 그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관계란 좋은 관심을 가져줄 때 만들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나쁜 관계는 나쁜 관심을 품을 때 형성되는 것입니다. 나쁜 관심은 '나뿐'이라는 생각으로 이득이 되는 사람과 마음을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흑심을 품는다고 할 때, 그 검은 마음이 바로 나쁜 관심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과 나쁜 관계를 경험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자기밖에 모른다고 그를 비난하기 전에, 나는 그 사람에게 나의 이득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내가 주었던 마음에 상응하는 마음을 달라고 바라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나를 위해 견뎌주는 사람


좋은 사람이란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살다 보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냥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옆에 있으면 편안한 사람 말입니다. 대놓고 무얼 해주지는 않지만, 그냥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 저도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마치 책에 달려 있는 책갈피용 끈과 같아서, 없어도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있으면 있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익숙한 편안함을 주는 사람 말입니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고마움을 못 느끼다가 문득, '아 그렇게 있어 주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은 사실 온전히 나에게 관심을 쏟고,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참고 견뎌주는 사람입니다. 어느 한쪽의 노력 없이 그런 편안한 관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존재의 가치는 부재로 매기는 거라 했습니다. 떠난 뒤에 힘들고 불편할 때 비로소 누군가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 우리입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견뎌낸 것은, 내 옆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도 좋은 관심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관계는 서로 기대는 것이지, 기대려고만 하거나 지탱하려고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쓰러집니다. 그런 좋은 관계와 그렇게 좋은 사람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기 바랍니다.



관계와 관계의 관계


좁은 길에서 앞에 가던 차가 고장 나면, 뒤에 가던 차는 도와줄 수밖에 없습니다. 친절해서가 아니라 앞의 차가 길을 막아, 내 차가 지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좁은 길을 막고 있는 그 차가 누구의 차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세월을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의 이해관계 속에서는 나만 고집하면 안 됩니다. 나 아닌 것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고립을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관계로 잘 짜인 큰 그물과 같습니다. 天網恢恢 疏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 하늘의 그물은 엉성한 것 같지만 아무것도 빠트리지 않는다는 뜻이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의 올이라도 풀리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꽉 부둥켜안아야, 그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그물을 촘촘하게 지탱하고 있는 그물코인 것입니다. 상하좌우, 지금 나와 인접한 그물코들을 사랑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불평하거나 좋은 관계를 따지기 보다, 좁은 길을 막고 있는 고장 난 차를 우선 도와야 하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작은 관계와 큰 관계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Epilogue

관계에 대한 조언


따뜻한 시선 - 좋은 관심 - 좋은 관계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아내의 "아내"가 되어 아내가 그랬듯 평생 더운밥 지어주고 싶다. 생을 다시 이어서라도 헌신함에 있어 공평해지는 게 관계의 최종적 윤리성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범신) 


해뜨기 전 통근열차를 타는 남편 때문에 덩달아 바빠진 아내. 나는 과연 아내의 아내처럼 할 수 있을까. 평형을 이루는 것이 관계의 윤리성이라면 나는 아내의 아내, 친구의 친구가 되어 배려와 헌신을 돌려주고 있어야 한다. 일방의 관계는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조금 더 그들에게 관심을 주고, 칭찬하고, 웃으면서 따뜻한 관계가 평형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을 나에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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