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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y 26. 2021

마음을 다치면 마음이 닫힌다

위로가 들어 있는 말들


마음을 다치면 마음이 닫힌다


나도 마음을 닫아봐서 안다. 얼마나 아픈지. 그렇지만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바이올렛에게 깊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는지 물었다.

“꼭 끌어안아주지. 무슨 위로의 말을 해주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그저 힘껏 꼭 끌어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족해. 난 내가 힘들 때 누가 날 꼭 끌어안아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그분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품 안에 안긴 그분은 아주아주 작은 새처럼 작고 여리게 숨을 쉬고 있었다. 정말 작은 새처럼. 왠지 그분을 껴안고 있으니,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긴 것처럼, 평안하고 따뜻했다.

(블레어 저스티스, '바이올렛 할머니의 행복한 백 년' 중)


인생의 정오를 지나며 시작했다. 살면서 내게 힘이 되어 준 생각들과 댓글처럼 적는 솔직한 감정, 그리고 어울려도 좋은 사진을 공유하며 사람들을 끌어안는 일을. 발단은 '남을 위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누가 위로해 주지?' 이런 의문이었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마음 노동자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은 위로받을 권리가 있다.


내 글을 보고 누가 그런다. 공자님 같은 말씀만 쓴다고. 나는 그런다. 공자님 같은 말씀대로 살고 싶다고. 비록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좋은 생각, 힘이 되는 생각을 따라 하다 보면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수양이 부족한 나는 실패하더라도 내 글을 읽은 누군가는 꼭 성공하게 될 거라고.


남의 좋은 점만 찾다 보면 자신도 언젠가 그 사람을 닮아 갑니다. 남의 좋은 점을 말하면 언젠가 자신도 좋은 말을 듣게 됩니다. 참 맑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나머지 날들을 수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최복현,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중)


이 말을 믿고 따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 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담긴 소소하지만 힘이 되는 생각들을 따라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닫힌 마음이 열렸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2014년 출간한 책에서 '프롤로그'로 썼던 글입니다.)




위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광모 시인은, 위로란 "힘 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그렇게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의'란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뜻이고, '실망'이란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말입니다. 행인처럼 지나가는 말로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건 결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로는 형체가 없으므로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말없이 그 사람의 고통을 알아주는 것,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 눈물을 같이 흘리며 안아주는 것 그리고 마음으로 회복을 빌어 주는 것. 이런 진심들이 오롯이 전달되었을 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누가 어두운 터널 속갇혀 있을 때, 나는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 소리치는 사람인지, 말없이 터널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위로는 손이 차다 말하는 게 아니라, 말없이 그 손을 잡아 주는 거라 합니다. 그 사람이 떠난 뒤에는 차가운 손을 잡아 줄 수도 없습니다. 내 손이 따뜻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차가운 손과 손이 만나면 얼마나 더 큰 위로가 될까요. 가끔은 서운하거나 얄밉기도 하겠지만 손 잡을 수 있는 거리에 그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 

 

사람의 평균 체온이 50년 전에는 37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36.5도를 넘는 사람이 드물며, 35도인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인간의 면역력은 체온에 비례한다고 하지요. 체온 1도가 내려가면 면역력은 30% 정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면역력이란 사람을 향한 외부 공격에 저항하는 힘입니다. 결국 우리를 지키고 사랑하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체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공멸의 길을 가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짓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따뜻하게 포옹하는 것 외에는.



단지 덜 불행할 뿐


기형도 시인은 행복이란 덜 불행하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덜 불행한 것이고, 불행은 덜 행복한 것. 이렇게 이해를 하고 나니 왠지 위로가 됩니다. 지금 덜 행복할 뿐이니 조금만 참아내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 덜 불행한 상태이니 경거망동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사실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 남의 불행이 나를 위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남의 불행 때문에 내가 살고 있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빚지고 사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주고, 가장 갈망했던 일이 가장 무거운 짐을 등에 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욕심냈던 일로 크게 낙심할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그사람이 말해준, "괜찮다."는 한마디였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그사람에게, 이제 그 한마디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제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다행이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이동하는 옛날 종이게임. 뱀을 타고 윗 칸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아랫칸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뱀 주사위 놀이. 이 놀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인생의 정오는 지났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행을 바라는 사행성 놀이라 비난하는 어른도 있었지만, 내 기억으론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인생의 우여곡절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주르륵 미끄러져 실망하다가도, 어느 순간 고속도로를 타고 오르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 놀이를 통해 행운에 우쭐하지도, 불행에 침울하지도 않고, 의연하게 사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배움은 "다행이다."라는 한마디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다행이다.' 이 한마디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고, 마법처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걸 그 때 배웠던 것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하루 중 원하지 않는 일이나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 이 말을 되뇝니다. '다행이다.' 이렇듯 힘든 상황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위로하는 일입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래도 최악은 아니라서 다행이야.'





토닥토닥, 위로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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