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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14. 2021

빈 배

# 객도 없고 사공도 없는 배


빈 배가 되어라. 강을 건너다 빈 배와 부딪치면 나쁜 사람이라도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소리치고 욕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배 안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지 않을 것이다. (토마스 머튼 번역, '장자' 중)


그래서 힘들었구나. 배 안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구나. 다른 배들을 추월하며 억지로 배 주인을 고집했던 까닭이구나. 그동안 '나'라는 배 안에 욕심과 기대를 채우고, 다른 배들과 경쟁하며 살지 않았는지. 남에게 줄 때는 내 안의 기대까지 주는 것인데, 세상살이를 거래나 장사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빈 배로 세상의 강을 건너는 법, 내가 오로지 빈 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인 줄 안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자는 객만 많고 노를 젓는 사공은 적다고, 배에 앉은 채 불평만 할 순 없지 않은가. 배는 물이 띄우고 바람이 미는 것이다. 객도 아니고, 사공도 아니고, 그냥 빈 배로 세상을 부유하면 어떨까.





빈 배, 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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