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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Dec 20. 2021

눈이 녹은 물

# 눈물이 많은 이유


눈물이란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대가로 내가 세상에 지불하는 동전인 셈이다. (김중혁, '뭐라도 되겠지' 중)


밤새 눈이 많이 내렸다. 


서울을 떠나 세종으로 내려올 때도 겨울이었다. 유난히 안개가 많고 눈까지 많은 도시인 줄 미처 몰랐다. 눈이 많은 도시에 살아서 눈물이 많아진 걸까.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 눈물을 숨기는 나를 아내가 놀린다.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게 호르몬 탓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쌓일 만큼 쌓였기 때문이었다. 쌓일 만큼 쌓인 눈은 눈물도 많은 법이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듯, 내게 쌓인 삶의 두께만큼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그랬지. 그래, 그럴 때가 있었어.' 


삶과 공감하는 순간, 그 따스함에 내 마음속에 쌓인 눈들이 녹아내리는 것이다. 눈물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하지도 말고, 흘리지 않으려고 참지도 말자.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이해로 마음속에 쌓여있는 눈을 다 녹게 하자. 사소한 오해 때문에 얼어버린 눈을 끝까지 갖고 가진 말자.


밤새 눈물도 많이 흘렀다.





눈물 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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