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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07. 2021

마을이 없는 곳의 마을버스

# 나 있는 곳으로 가는


마을버스는 마을이 없는 곳으로 돌아간다. 마치 내가 나 없는 곳으로 돌아가듯이. (최승호, '기다림의 풍경' 중)


왜 '나'란 주어는 생략해도 된다고 배웠을까? 영혼 없이 작성하는 보고서에는 '나'란 주어가 생략된 문장들이 세 줄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버둥댄다. 이제 나는, 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혼자의 시간을 견뎌야 나비가 된다고 했던가. 그렇게 힘들어도, 그렇게 쓸쓸해도, 다 날개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참고 버텼던 숱한 어제들. 마을버스가 지나간 길 위에 낙엽처럼 뒹군다. 


그동안 내가 나 없는 세월을 사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삶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잉여의 '나'가 넘친다. 그렇게 남아도는 나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오늘부터 '나'만 사용하기, 남은 인생을 '나'로 채우며 살기. 그리하여 나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내가 있는 곳으로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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