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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Dec 02. 2021

그래도

# 우리에게는 그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중)


누가 내 앞에서 그래도....라고 말을 흐리면, 우리나라에 그래도가 어디 있냐며 말꼬리를 잡았었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다. 그래도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소도(蘇塗) 같은 피난처다.


사는 일에 자신이 없을 때, 하는 일마다 모래처럼 쓰러질 때, 그리하여 잠시 피난하고 싶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과 마주하기 싫을 때, 나를 두둔해 주던 시간들이 보이지 않을 때, 바스락거리는 낙엽처럼 마음을 움츠리며, 우리는 그 섬의 이름을 되뇌인다. 그렇게 마음을 피신시키고 다시 힘을 얻으려 한다. 자신만의 피안에서 움츠린 마음이 펴질 때까지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 바깥에서 아무리 위축된 단어를 만나도 '그래도'만 붙이면 소심한 용기가 나곤 한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볼만한 세상이다. 또 살면 살아지는 인생이다. 세상에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우리... 소멸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저기 그래도 말입니다. 우리는 그래도 잘 사는 축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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