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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an 07. 2022

가족은 이불이다

# 가족은 가족일 뿐이다


더울 땐 귀찮기도 한 이불처럼 삶이 평탄할 땐 가족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불현듯 삶이 추워진 어느 날 벽장에서 이불을 꺼내듯 가족을 꺼낸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는 것처럼 힘겨울 때, 어려울 때 우리는 가족을 덮-는-다. (김미라,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중)


춥지 않다고 이불을 뿌리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불 걷어찬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탈이 났다. 혼이 난 후 잠든 척 이불속으로 울음 삼킬 때, 밤늦도록 이불 덮어주며 토닥여 주던 따스한 손. 지금도 그 감촉을 기억하기에, 나는 가족이 이불이라는 비유에 동의한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견뎌낸 저녁, 죽음 같은 잠 곁에서 허물을 덮어주는 가족이 있어 우린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추운 날엔 솜이불, 덜 추운 날엔 명주이불을 덮듯 힘들고 지친 정도에 맞게 가족은 나를 감싼다. 출장 나와 불면에 시달리는 것도 어쩌면 햇빛의 결핍이 아니라 나를 덮어주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홀로 잠드는 밤, 초췌한 선잠이 숙면을 괴롭힌다.





가족은 가족이다


그는 난생처음 가족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했다. 그건 하루 일이 끝난 뒤 어둠 속에 나란히 누워 낄낄거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아이들이 아이들이었을 때, 이불 뒤집어쓰고 깔깔거리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는다.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더울 땐 귀찮아하다가도 삶이 추워지면 꺼내 덮는 이불이라 표현한 작가도 있고, 인생에서 가장 멀리까지 나를 배웅해 주는 사람이라 말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족을 어떻게 정의 내리든, 걱정을 나누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관계는 상호작용이다. 그들이 나의 가족이면 나도 그들의 가족이 되어야만 한다. 걱정을 받기만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돌려주지 않는다면 가족관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 같은 회사, 가족 같은 동료, 모두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아는 일, 거기서부터 가족관계가 출발하는 것 아닐까. 아,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닌 지금... 가족다운 가족은 한 사람만 남았다.





출장 갈 때도 가지고 다녔던 가족 같은 낮은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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