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 발 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Apr 06. 2022

# 가수 박강수의 노래 제목으로 쓴 팬레터 


<오늘 밤> 
<그대를 사랑합니다, 좋아합니다> <말하고 싶은데> 
<부족한 사랑>

<키 작은 나무 아래> <흐르는 음악소리>
<그리운 바람이 나를 불러> <봄이 온단다>

<사람아 사람아>
<너의 노래는> <공평한 햇살>
<사랑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래 그렇게> <꿈은 이루어진다>

- 가수 박강수의 노래 제목으로 쓴 팬레터



2001년,


시골서 살다 상경하여 힘겨운 서울살이 할 때 그녀의 노래를 만났었다. '911'이 일어나던 날 스카우트 면접을 보고 시골쥐에서 서울쥐가 되었으나 도시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지치고 불안하던 어느 날, 가수 박강성의 노래를 찾다가 우연히 듣게 된 가수 박강수의 노래. '부족한 사랑', '아버지', '주사위' 등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맞춤옷처럼 편안함을 주었다. 출퇴근하는 지하철 4호선에 머무는 내내 이어폰에서 나오는 위로를 용기로 바꿀 수 있었고, 돌이켜보면 그 팬심으로 서울살이를 버티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 사람을 '지인'이라 하고, 이유가 없어도 만나는 사람을 '친구'라 했던가. 여기 남도로 내려오고 얼마쯤 지났을까, 친하게 지내는 직원이 그녀가 담양 창평에 살고 있고, 자기와 친구사이이며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였던 것 같다. 과장님이 찐 팬일 줄 몰랐다며 놀라움과 반가움이 가득한 표정이던 그 여직원이 박강수 가수가 직접 서명한 책을 받아왔다. 기쁜 마음에 나도 내 책에 서명하여 고맙다고 전해달라며 직원에게 주었다. 각자 서명한 서로의 책을 교환한 셈이다. 그 책에 박강수 가수의 노래 제목으로만 썼던 팬레터이다. 한시(漢詩)는 아니지만 굳이 번역(?)하자면 이렇다.



오늘 같은 밤, '그대를 사랑합니다, 좋아합니다.' 말하고 싶은데, 나는 아직 부족한 사랑뿐.

키 작은 나무 아래 흐르는 음악소리, 그리운 바람이 나를 부르니 봄이 왔나 봅니다.

사람아 사람아, 너의 노래는 공평한 햇살이니 나도 모두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나의 소망처럼, 그래 그렇게 꿈은 이루어지겠지요. 



살면서,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그게 무엇이든 누구이든, 그 대상을 향해 나의 에너지를 쏟는다는 건 좋은 것이다. '좋은'이란 글자가 붙으면 다 좋아지니까. 심지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것들도 좋아지니까. 좋은 시간, 좋은 사람, 좋은 노래, 좋은 만남... 그리고 좋은 눈물, 좋은 이별, 좋은 실패, 좋은 아픔 등과 같이.







매거진의 이전글 무안도(無眼島) 기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