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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n 06. 2022

꼴찌를 꿈꾸며

# 그렇게 놓쳐버린 것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중)


나이가 들수록,


걷는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말하는 이유도 알겠습니다. 결승점에 빨리 도착하려고 열심히 뛰다가는,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빨리 도착하는 KTX 열차를 싫다 하고, 새마을호(가끔은 무궁화호) 열차를 고집하는 선배가 이해됩니다.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느긋한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KTX 열차의 창밖 풍경은 마치 5배속으로 재생하는 동영상 같아 어지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커튼을 쳐버리나 봅니다.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정신없이 달리다가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알게 됩니다.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사실과 일찍 도착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결승점이 나타나기 전에, 아니 지금 당장,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지나칠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것들을 더 오래 자세히 보기 위하여,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1등이 아니라 꼴찌를 꿈꿔야 하는 겁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를 말하는 게 아니듯, '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생을 살면서 승부에 집착하는 것만큼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습니다. 말로는 승패보다 경기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지지 않는 것'에 집착을 합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는 않겠다고 말합니다. 인생이란 경기는 꼴찌가 1등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주에도 지지 않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중에 경주를 포기하려는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아야 합니다. 느리게 걷는 것이 뛰는 것보다 재미없다고, 경주를 그만두자고 유혹할 때, 그때만큼은 말입니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시야는 좁아지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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