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Jun 08. 2022

사랑, 니는

# 틀림없는 유죄다.


진우란 남자를 만나고, 경민이란 남잘 만났지만, 그 사람들이 남자라서 만난 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 부인을 여자라서 만났습니까? 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였을 뿐입니다.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


헉.


나는 지금 유죄일까 무죄일까, 생각해 본다. '사랑한다'는 의미가 사랑을 받는 것도 포함하는 거라면 나는 무죄다. 그러나 사랑을 주는 것만 말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이 유죄를 시인해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다면,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받았던 사랑 다 돌려주고, 원만히 합의하기 바란다. 사랑의 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니까.



랑니도,


유죄다. 잇몸이 뒤집어지는 통증으로 치과에 갔다가, 사랑니를 뽑았다. 사랑니... 낭만적인 이름이지만 '사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한다. '살 안에서 나는 이빨'이라 해서 '살안니'라고 부르다가 '사랑니'로 변한 말이라 한다. 욱신거리는 통증을 며칠 동안 참다가 결국은 아파트 상가에 있는 치과를 찾았다. 삼십 대 여자 의사는 사랑을 했는지 묻지도 않고, 사랑니를 뽑아버렸다. 사랑을 주지도 않는 쓸모없는 이는 뽑아내야 한다는 걸까. 안 그러면 썩어서 다른 이까지 목숨을 위협할 거란 것일까. 그놈 때문에 어금니와 잇몸이 괴로웠던 거라고, 여의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살면서 사랑니 같이 살지 말라고. 혹 그렇게 사는 이 생기면 눈 찔금 감고 뽑아버리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