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날의 센치멘탈.
술집의 탁자는 자고로 두껍고 무거워야 한다고. 그래야 술 취한 이들이 아픔과 좌절과 눈물을 탁자에 내려놓고 갈 수 있다고 말이다. (박광수, '참 서툰 사람들' 중)
그래,
그땐 그랬다. 탁자에는 막걸리가 아니라 탁주가 제격이었다. 탁주와 소콜을 마시던 시절에는 술집의 탁자가 다들 묵직했다. 아무리 첨예하고 극악한 아픔과 눈물을 내려놓아도 안심이 되는, 그런 우직한 무거움이 있었다. 그때는 탁자들이 입도 무거웠다. 그래서 나도 탁자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을 만큼.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그 어디에도 지친 하소연과 불평을 시국 논쟁이나 낭만의 눈물로 받아주는 탁자는 없다. 내려놓으면 바로 되받아치는 얇은 두께와 불판 구멍을 품고 속이 좁아진 탁자들만 즐비할 뿐. 비록 주머니는 넉넉하지 않아도 마음 씀씀이는 넉넉한, 그래서 그 우직한 믿음 때문에 가슴속 얘기를 하고 싶은, 탁자 같은 사람이 많이 그립다. 이런 볼썽사나운 센티멘탈이라니, 늙긴 늙었나 보다. 우리의 가장 행복한 시절도 그리고 가장 힘든 시절도, 다 지나갔기를 두 손 모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