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적당한 이격에 대하여.
하루는 사제가 시골 본당을 둘러보다가 교회에 잘 나오지 않는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은 집에서 기도를 바친다며 주변 신자들과 어울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노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공터 모닥불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사제가 시뻘겋게 타오르는 나무토막을 꺼내 놓았다.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그 나무토막은 점점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때 사제는 노인의 눈을 쳐다보며 타다 만 나무토막을 다시 불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노인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프랭크 미할릭, '느낌이 있는 이야기' 중)
혹시
나도 혼자 타고 있는 나무토막이 아닌지. 풀들이 서로를 잡아주며 바람을 견디듯, 사람은 모닥불처럼 서로의 불길로 추위를 견딘다. 지금, 사람에 대한 불만과 자기 존재에 대한 오만으로 홀로 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모닥불은 그 이름처럼 모여서 타는 불이다. 하지만 나무토막들이 한데 뒤엉켜 뭉쳐 있으면 불이 살지 못한다. 나무토막과 나무토막 사이에 '사이'가 있어야 불이 사는 것이다.
사이는
적당한 거리, 즉 간격과 비슷하다. 모든 존재에는 적당한 간격이 있어야 한다. 간격은 틈이고 비어있는 공간을 말한다. 없는 것, 하지 않는 것, 때로는 '멈춤' 또는 '쉼'이라 불린다. 친구사이, 부부 사이, 연인 사이 등 모든 사이에는 '사이'가 있어야 한다. 사이가 있어야 관계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과 일에도 '사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쉼표 없는 문장처럼 일들이 붙어버려 질식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들린 사무실, 동료들 사이로 바람이 분다. 여기는 모닥불일까?
사이는,
이격이 아니라 연대이다.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꼭 닿아야만 연결이 아니듯, 떨어져 있어도 '사이'라는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는 친구사이다. A와 B로 떨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친구로 묶여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이'의 정체다. 둘 이상의 관계에 대하여 반드시 '사이'를 지키도록 하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 그 '사이'의 간격을 지키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