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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Dec 09. 2022

입김 속에는

# 따뜻한 무엇이 들어 있다.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뜻하구나, 참 따뜻하구나. (신형건, '입김' 중)



그렇구나. 


김이 난다는 것은 속이 따뜻하다는 거구나. 미처 몰랐다. 계란빵이나 사람에게서 김이 피어오르는 건 따뜻한 무엇이 들어 있기 때문이란 걸. 불은 연기를 피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법인데, 저 연기 같은 입김은 무엇을 알라는 것인가. 따뜻하다는 건 그 속에 에너지가 있다는, 힘을 내게 하는 위로가 들어 있다는, 사람을 다시 구동할 마음의 동력이 들어 있다는 봉화다.



올 들어,


가장 추운 겨울. 차가웠던 사람들도 입김이 드러나겠지.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도 가슴속은 따뜻할 터. 장작 속에는 여름내 쟁여놓은 햇볕이 들어 있듯이. 그래야 따뜻한 장작이듯이. 사람들은 각자 자기도 모르는 햇볕을 품고 있다. 그래서 모두 따뜻한 사람들이다. 추울수록 우리가 따뜻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입김을 내뿜는 우리에게는 말속에 체온을 담아 건네는 능력이 있다. 배려의 마음으로 하는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고, 싫거나 무관심한 마음으로 하는 말에는 차가움이 서려 있는 것이다. 추운 극지에서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것도 다 이러한 까닭이다. 따뜻한 말을 주고받으며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신이 사람에게 부여한 놀라운 능력, 그 능력을 최대한 사용하며 살기로 하자. 따뜻한 혼자들이 모여 훈훈한 세상을 만든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얀 입김으로 봉화처럼 메시지를 전한다. 나도 너처럼 따뜻하다는. 호~





계란빵의 입김, 그 속에는 허기를 달래주려는 따뜻한 위로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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