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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04. 2022

섬섬

# 섬섬하다 - *가냘프고 여리다. 빛 따위가 번쩍이다.


바다에 떠 있는 섬만 섬이 아니고, 혼자 있는 것은 다 섬입니다. (한승원, '섬', 문학과 지성사 2008)



우리는


다 섬입니다. 육지가 섬이 되고 섬이 육지가 되듯이.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람과 사람이 섬과 육지처럼 떨어져 있는 모습을 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이 차 오르면 육지도 섬으로 분리되듯이, 사람 간의 관계도 오해가 쌓이면 반목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원만하게 지내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곤 합니다. 서로 떨어져 본 적이 있으면 알 것입니다. 눈앞에 그가 보이는데도 외면하거나 또는 외면당하는 더러운 감정을.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언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랬겠지, 헤아리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오해가 썰물처럼 빠지면 섬도 육지가 되듯이, 우리도 유기적 관계로 이어져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쩌다 사람에게 실망하게 될 때는, 그에게 받았던 작은 친절과 배려를 기억해 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기억해 내면 다시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이 차건 빠지건, 우리는 지구라는 같은 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섬을 가졌습니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언제든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 있다고 탁닛한 스님이 말했습니다. 백퍼 공감합니다. 살다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돌아갈 나의 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 섬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람들 속에도 있고, 집 안에도 있습니다. 사무실 내 자리 한 켠에도 작은 섬으로 떠 있고, 망망대해 인터넷에도 나만의 섬이 존재합니다. 하루에 몇 번이고 힘이 들거나, 마음이 울적하거나, 세상으로부터 잠시 피난하고 싶을 때, 나는 그 섬으로 들어가 전파를 끊고 휴식합니다. 그렇게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이도 위로받기를 바라면서 그 섬의 좌표를 남깁니다. (C5RG+FV)





육지도 단지 큰 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섬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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