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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07. 2022

그냥, 생각이 나서

# 내가 좋아하는 단어


당신은 아는지요. "그냥"이란 말속에 억만 겹의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요. (김현태, '그냥, 그 말보다 그리운 건' 중) 



그냥...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 '그냥'과 '그냥...' 그리고 '그으냥'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냥'이란 말과 어울리면 더 애틋해지는 말이 있다. 


생.각.이.나.서. 


쌀쌀해진 가을 외투. 그리움 들켜 부끄럽게 떨어지는 단풍잎. 짹짹거리는 초등학교 운동회. 이런 정겨운 풍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말. 그냥 생각이 났어.


그 사람에게 생존의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걸면, 나의 첫말은 언제나, "뭐 해?" 

그 사람의 첫말은 언제나, "그냥."

목소리를 통해 서로의 생존을 확인한 후에, 그 사람의 끝말은 언제나, "심심해." 

나의 끝말은, "알았어." 


참 재미없는 통화를 마쳤어도 굼불을 지핀 것처럼 가슴이 뜨뜻해지는 이유는, 전부 '보고 싶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이유는 있지만 말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할 때, 우리는 '그냥'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냥 있지. 그냥 샀어, 너 주려고. 그냥 잘 지내. 그냥 좋아. 사는 게. 너와 같이. 세상을. 그냥 믿으며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생각이 났어, 눈부시던 가을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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