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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y 20. 2022

완벽한 빈틈

# 페르시아의 흠, 영혼의 구슬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 또 인디언들은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었다고 한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불렀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기도' 중)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완벽'이 무엇인가. 사방이 완전히 벽으로 둘러 막힌 상태가 아닌가.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서 숨이 턱~ 막히는 벽을 느낀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사람의 몸도 영혼도 틈이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다. 틈이 있어야 빛도 들어오고 공기도 들어오는 것이다. 구멍을 뚫어 놓지 않으면 터져 버리는 군밤처럼 살기 위해 일부러 뚫어 놓는 구멍, 이것이 페르시아의 흠이고 영혼의 구슬이다.



사람에게


'빈틈'이란, 타인의 마음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가슴 한편을 내어 주는 것이다. 빈틈이 없는 사람은 친구도 없는 법이다. 주위에 빈틈이 없는 사람, 완벽한 사람으로 불리는 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완벽한 일처리로 신임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저녁이 되어서야 후회를 한다. 완벽한 사람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숨 쉴 수도 없는 밀폐된 독방에 갇혀 있는 사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채움의 적당함은 얼마를 채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열어두느냐, 결국 숨구멍을 막지 않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다. 편하게 숨 쉴 수 있고, 세상 사는 모습과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틈을 열어두는 것, 그리하여 사람들과 공명하며 살 수 있는 정도가 바로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빈틈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수나 허점이 오히려 매력을 더 증진시킨다는 것인데, 미국 심리학자 캐시 애론슨은 이를 '실수 효과'라고 불렀다. 일부러 빈틈 만들기. 사실 오래전부터 노력한 덕분에 나도 빈틈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틈새만큼 호흡도 편해졌고, 그 간격만큼 사는 속도도 느려졌다. 살면서 쉼도 필요하지만, 막힌 혈관을 뚫듯 틈새를 만드는 일은 꼭 필요하다. 의도적 실수, 계산된 허점, 고의로 열어 놓은 마음의 문. 이런 빈틈은 쉴 틈이고, 살 틈이다. 힘들어도 생존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은 허술해 보이는 자연미에 있지 않을까, 편안한 아름다움을 주는 신촌리 금동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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