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더 좋다.
나는 <온다>라는 말을 좋아해. 비가 온다, 눈이 온다, 아침이 온다, 봄이 온다.. 도무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들. 아마 그런 모든 것들을 사람들은 <온다>라고 얘기하나 봐. (심현보, ‘사랑, 마음이 시킨 가장 고마운 일’ 중)
세상에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고 했지. 그래 모든 비는 그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폭우도, 가뭄 끝 좋기만 했던 단비도 모두 그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침울한 비 내리고 있다면, 움찔거리지 말고 온 몸으로 맞으라 말해주고 싶다. 비가 내리는 걸 온다고 해야 할지, 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비는 오는 것일까? 가는 것일까?
나는
'간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더 좋다. 정말로 그런 것일까. 아무리 내가 힘주어 막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온다'라고 하는 거라면. 비가 온다, 눈이 온다, 아침이 온다, 봄이 온다, 그리고 사랑이 온다는 표현은 맞다. 이들이 내게 올 때는 거절할 방법도 없으니, 강물을 맞는 수초처럼 그냥 맞아들이기로 하자. 온다는 말은 앞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간다는 말은 뒷모습이 생각나게 한다.
이렇게
어김없이 오는 것들이 있지만, 또 어김없이 가는 것들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힘들었는지 스르르 눈이 감긴다. 비가 간다. 눈이 간다. 봄이 간다... 역시나 말이 안 된다, 어색하다. 아마도 오는 것들과 가는 것들은 정해진 문법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예를 들어, '세월'이란 말은 '온다'는 말보다 '간다'는 말과 많이 쓰이는 것처럼. 나는 우리가 간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