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May 27. 2022

그릇의 소망

# 그릇으로 산다는 건


성공은 그릇이 가득 차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공은 가득히 넘치는 물을 즐기는 도취임에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자체에 대한 냉철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뜨린 축에 속합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중) 


는 가득 차 넘치는 그릇도,


오래 비워 바닥이 마른 그릇도 소망하지 않습니다. 그저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을 정도, 자유롭게 들고 다녀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차 있는 그릇이기를 소망합니다. 많이 비울수록 사람이 커진다는 말, 마음 깊이 새기며, 그럼에도 그릇의 쓸모는 비움이 아니라 담음이라 믿습니다. 여유롭게 호흡할 수 있도록 7할 정도 채웠다가, 목마른 사람 찾아 나누어 마시고, 노력으로 비웠다가 채우기를 거듭하며, 달군 쇠 담금질하듯 점점 단단해지는 그릇으로 살기를 소원합니다.



은 열기 위해서 만든 것일까요,


닫기 위해서 만든 것일까요. 닫아만 두는 문은 벽과 다를 바 없고, 그렇다고 열어만 두는 문은 문이 아니고. 그릇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담으려고 만들었으니, 담겨 있을 때 그 효용이 있는 것 아닐까요. 언제든 무엇이든 담을 용의를 갖고 겸손하게 기다리는 그릇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문의 용도가 열고 닫으며 드나들게 하기 위함이듯, 그릇의 쓸모는 비움과 담음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오롯이 다 비워낸 빈 그릇에 담긴 무념의 마음가짐도 추구하는 바지만, 나는 비어있는 그릇보다 담고 있는 그릇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나의 그릇에는 늘 마음이 담겨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릇의 쓸모는 비움이 아니라 담음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