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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ug 08. 2022

전경과 배경

# 전경의 마음, 배경의 마음.


사람은 바다를 배경으로 거느릴 때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렇게 넓고 푸른 바다를 거느리려면 절벽과 싸우는 하얀 파도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밤길을 위해 늘 자신에게 경고하는 외로운 등대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걸. 귀항하는 거진항의 어부들을 보고 알았습니다. (김영남, '거진항에서' 중)



어떤


피사체 건 초점이 어디에 맞느냐에 따라 전경(figure)이 되기도 하고, 배경(ground)이 되기도 한다. 배경은 전경을 돋보이게 하는 거지만, 어떤 사진은 배경 자체만으로 아름다울 때가 있다. 사람은 주목받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전경보다 배경이 되고 싶다. 나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으로 남의 장점을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기를 소망한다. 



안도현 작가도


<연어>에서 같은 말을 했다.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주는 일이라고.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그런 거라고 했다. 나는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주며 살고 있는 걸까? 그렇게 되기를 소망은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배경이 된다는 건 전경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배경이 전경의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전경과 배경이 같다면 아무도 주목받을 수 없을 것이다. 별들의 배경이 어둠이 아니라 빛이라면 어찌 별들이 빛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전경은 배경의 마음을, 배경은 전경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바다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빛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다가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이 아름다운 건 그가 배경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전경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게 배경이 되어 준 이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다 전경이 되어서도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처럼 배경이 되려고 애쓰는 것.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낮인데도 별이 보이는 것은 내가 어둡든지, 세상이 어둡든지 둘 중 하나겠지. 빛나던 사람이 어두울 때는 그 이유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아웃포커싱, 초점이 맞은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을 흐려지게 하여 전경을 부각하는 세상사는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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